사 건 96노 540 살인등

피고인 이 도 행

위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다음과 같이 변론의견을 밝힙니다.

다 음



1. 합리적 의심의 여지

가. 이 사건 피고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처와 딸을 살해하였다는 이유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살해 현장을 목격하거나 최소한 다투는 소리라도 들은 사람은 전혀 없고 살해의 도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수사 처음부터 이 법정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피고인의 유죄는 인정할 직접증거나 자백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나. 따라서 ① 사건당일 아침 피고인이 집을 나선 7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의 처와 딸이 그 전에 사망했느냐 그후에 사망했느냐를 가려보고

② 피고인이 남도 아닌 바로 자신의 처자를 죽일 만한 동기가 있었느냐를 살핌으로써 간접적으로 피고인의 살인행위 여부를 추정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다. 이러한 연유에서 이 사건은 다른 어느 사건에서보다도 더욱 더 제시된 증거들이 과연 살인행위를 증명할 만큼 증명력이 있느냐를 판별해 내는데 모든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입니다.

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기 위해서는 제시된 증거를 가지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데 합리적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 증거들을 가지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면 결코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 없다고 하려면 정상인이 인식능력을 최대한 발동하여 따져 보았을 때 당해 사건에 대하여 거리낌없이 유죄임을 확신할 수 있는 정도여야하며 단순히 "확실성에 근접하는 고도의 개연성만 가지고 유죄의 선고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신동운, 형사 소송법, 19993, 법문사, P697)

따라서 반대되는 사실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곽동효, 형사재판의 증명의 정도, 법원행정처 재판자료 제22집 P34)

우리 대법원도 1983. 5. 10. 선고 82도 2279 판결에서 "유죄로 판단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단지 반대 증거보다 우월한 정도의 증명력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마. 이 사건 검찰과 원심이 제시한 증거들은 합리적의심의 여지가 없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고사하고 확실성에 근접하는 고도의 개연성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들뿐입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증인 권00, 이00......의 욕조물의 온도가 .... 사망시각을 추정함에 있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커튼줄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진술".

이 사건은 사망시각이 7시에서 10분, 20분만 지나도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이처럼 몇 분을 정밀하게 따져야 하는 이 사건에서 법의학 감정인들이 낸 추정시각의 범위는 시체강직 2-13시간처럼 무려 11시간의 범위를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원심은 뜨거운 욕조물의 온도는 " 사망시각을 추정함에 있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합리적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기준에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 증언들을 유죄의 증거라고 설시하고 있습니다.

10, 20분이 유. 무죄를 가르는, 사형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이 사건에서 욕조물의 온도가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니..... 그리 큰 영향이란 10분, 20분을 말합니까 아니면 1시간, 2시간을 말합니까. 이런 모호한 법의학적 감정의견을 가지고 사망시각을 7시 이전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은 우리 형사소송법의 증거재판주의를 근본부터 허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범행도구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이 사건에서, 범행도구는 "잘려진 커튼줄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진술"만을 가지고 커튼줄이 살인의 도구라고 유죄판결의 범죄사실로 적시하고 있는데 대하여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커튼줄이 될 수도 있다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합리적의심의 여지는 고사하고 고도의 개연성도 고사하고 반대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보다 우월한 정도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검찰과 원심이 '합리적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거'가 있어야 함을 전혀 망각하고 있는 예는 그 이외에도 "증인 김00의..... 07:00이전에 발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의 진술" "증인 김영길의..... 물의 온도는 미지근한 정도였다는 취지의 진술"등 끝이 없습니다.

바. 적극적인 반대사실의 입증.

우리 대법원은 1991. 11. 12. 선고 91도 1278판결에서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 유죄의 증거라고 제시된 것들은 이하에서 살펴보듯이 모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느냐 하는 기준을 전혀 통과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유죄의 입증이 없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사건은 단순히 피고인이 살인행위를 하였는지 여부가 의심스러운 정도를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피고인이 살인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검찰과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설시하고 있는 것들이 합리적의심의 여지없는 증명력은커녕 고도의 개연성도 가지지 못한 다시 말해 그와 반대되는 개연성을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돼는 증거들임을 살펴보고 보다 적극적으로 피고인이 무죄임을 증명해 주는 증거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