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심의 판단 (1심)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는 바, 원심이 그 판단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점들은 아래와 같다.

(1) 사체감정결과에 의한 사망시각추정

(가) 시반에 의한 추정

이건의 경우 6. 12. 11:30경 실시된 최초 감식시 나타난 최수희 의 우측대퇴부 시반이 6.13. 10:40-11:25 사이에 실시된 부검시에도 잔존하고 있으므로 양측성시반으로 판단되고, 양측성시반은 사후 6-8 시간 경과후 체위를 변경시켰을 경우 나타나는 것이므로, 최수희의 사망시각은 6.12.01:30경부터 06:30경 까지로 추정된다. 영국법의학서(Keith Ment 저)의 견해는 사후 4-12내에 시반고정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용 하면 6.11. 23:30부터 6.12. 07:30경 까지로 추정될수도 있으나, 사체가 물에 떠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6. 12. 07:00 이전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시강에 의한 추정

최수희의 시강은 검안시 손가락관절에까지 강직현상이 나타나 있고, 검안시 강직을 인위적으로 푼 후 재강직이 일어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사망시각은 6.12. 03:30-04:30 이전으로 추정된다.

(다) 위장관내용물에 의한 추정

최수희의 위장잔존물은 그 내용물의 종류에 비추어 6.11. 21:30 경 한 저녁식사시 먹은 음식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최수희의 사망시각은 늦어도 6.12. 01:00-02:00 이전으로 추정된다.

(2)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1심 증거로는 인용하지 아니하였으나, 검사의 제시증거 중 하나이다.)

긴장정점검사법을 이용하여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검사를 시행 한 결과 범인이 아니면 알수 없는 최수희가 살해된 시각(04:00), 장소(거 실), 살해후 집을 나간 시간(4시간) 등의 질문에 대하여 거짓말 반응이 나왔다.

(3) 발화시각 추정

현장의 상황으로 보면, 발화는 장롱 하단부의 옷 등에 불을 붙인 다음 장롱문을 조금 열어 놓고 안방문은 닫은 상태에서 연소가 진행되어 장롱안에 걸려 있던 옷을 따라 위로 연소가 진행되고 장롱 윗부분을 태워 구멍을 내고는 천정의 절연재합판을 검게 그슬리기만 한 상태에서 산소의 소실로 자연진화 되던 중 발견된 이른바 훈화현상으로 판단된다. 훈화는 상당한 시간의 경과에 위하여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고, 집밖으로 연기가 나오는 것을 경비원인 조xx이 최초로 발견한 시각이 08:20경이므로 발화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컴퓨터시뮬레이션프로그램인 해자드1을 사용하여 방화시각을 추정 하는 실험을 하였는 바, 그 결과 추정된 발화시각은 06:40-07:10으로서 피고인이 집에 있었던 때 발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4) 현장상태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변소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점

(가) 우유병 및 1회용 분유통의 상태

최수희가 치과를 개업하여 출근하는 관계로 이화영은 출근시 외할머니인 이xx에게 데리고 가 맡기고 퇴근할 때 다시 데려 가는 데, 이때 이xx는 소독한 빈 우유병 3개와 분유와 이유식을 혼합하여 채운 1회용 분유통 2개를 건네 준다. 이화영은 늘상 밤 9:00경 반병, 12:00경 반병, 새벽 3:00경 1병, 6:00경 1병의 우유를 먹는 데, 밤과 새벽 3시에는 가져간 1회용분유통에 채운 우유를 사용하고, 아침에는 최수희가 스스로 우유를 타서 준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위와 같이 사용한 우유병과 1회용 분유통을 다시 가져와 이xx에게 주면, 이xx가 우유병은 세척,소독하 고 분유통에는 분유둥을 다시 채워 퇴근시 준다. 그런데 현장에는 우유 병 2개는 식탁위에 세척한 상태로 놓여 있고 1개는 우유가 반쯤 채워져 침대 밑에 떨어져 있었다. 또한 1회용 분유통은 1개만 비워져 있고 다른 1개는 채워져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 되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 태를 종래 이화영의 수유습관 등에 비추어 보면, 6. 11. 21:00경 이화영 에게 1회 수유하고 24:00경 수유하기 전에 최수희와 이화영이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나) 부엌, 씽크대 및 식기세척기의 상태

최수희는 하루 쓴 그릇을 저녁에 모아 식기세척기에 넣고 작동 시켜 세척한 다음 이를 다음날 아침 꺼내 정돈하곤 하였다. 피고인의 변 소대로 피고인 및 최수희가 아침을 먹었다면 국그릇과 밥그릇등이 남아 있어야 하는 데, 식기세척기 내에는 전날 사용한 그릇들만이 들어 있을 뿐이고, 식탁위나 씽크대 안에는 그릇들이 남아 있지 않다. 또한 씽크대 안에 있는 국냄비에는 물이 담겨져 있고 물위에 미역국찌꺼기가 떠 있 으며, 그 외에 달리 피고인이 6. 12. 아침으로 먹었다는 콩나물국을 끓인 냄비나 담아 먹은 그릇등은 없다. 그밖에 피고인은 전날 조기 2마리를 구워 반마리를 저녁에 먹고 아침에 다시 반마리를 먹었다고 주장하나, 조기 반마리가 그대로 쓰레기 봉지안에서 발견된 점 등에 비추어 보아 도 아침을 먹었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거짓으로 판단된다.

(다) 화장실의 상태

피고인은 사건 당일 아침 샤워를 하였고 그 후 최수희도 샤워를 하였다고 진술하나, 6. 12. 11:30경 현장검식시에 화장실 벽면에 물방 울로 인한 벽면그을음 현상이 관찰되지 아니하였다.

(5) 피고인에게 살인의 동기가 있는 점

(가) 최수희와 전xx과의 불륜관계

피고인은 강릉에서 근무하는 동안 거의 매일같이 최수희와 전화통화를 하였는 데 최수희가 전xx과 나간 동안 치과로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간호원이 나갔다고 하면 언제 어디로 나갔는 지를 꼬치꼬치 캐물었으며, 최수희는 전xx을 동반하여 동료의사들과의 회식 장소등에도 가고 언니에게도 친구라면서 소개하는 등 거리낌이 없어 주 위에서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고, 최수희는 피고인에게도 전xx 을 소개시켰는 데, 최수희가 치질수술을 받았을 때 밤늦게 문병온 전xx을 보고 기분이 별로 안좋았던 적도 있으며, 피고인이 최수희의 외박 사실을 전화로 알아 화나고 고민하는 내용의 일기(친구 누군지도 알리지 않고 친구집에서 잤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하나. 화가난다.는 등의 내용) 를 컴퓨터로 작성한 적도 있던 점등으로 보아, 피고인은 최수희와 전xx 사이의 불륜관계를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과 최수희의 성격차이

피고인은 평소 말이 없고 내성적이며 참을성이 강한 편이나 화가 나면 무서운(피고인이 근무하던 명병원의 xx이 구속되었을 때 피고인이 검찰에 전화를 하여 격렬히 항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성격인 반면 최수희는 성격이 적극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돈 관계는 가족간에도 철저히 따지는 등 욕심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돈 문제는 아내에게 일임하고, 아내가 의사로서 자리를 잡을때까지 남편인 피고인은 전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피고인에게 쓰게 한 사실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평소 아내인 최수희에게 억눌려 지내면서 불만과 증오심을 키워왔을 가능성이 높다.

(다) 최수희와 시가와의 갈등

신혼초 시누이와 시동생이 같이 살게 되자 최수희는 이에 대한 불만을 많이 토로하였고 결국 6개월여 후에 시누이들은 피고인 집을 나와 따로 살게 되었다. 시동생은 이때 본가인 전주로 내려 갔는 데 그 후 10여개월 후 간염 등으로 사망하였고, 그와 같은 상황하에서 최수희와 시가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피고인과의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6) 범행도구

베란다에 설치된 커텐끈이 1미터 가량 잘려 있고, 잘린면 및 매듭에 불에 의한 열반응흔적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이는 화재발생 전에 잘린 것이며, 최수희의 목에 난 색흔으로 미루어 그것이 범행도구일 가 능성이 높다.

(7) 제3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피고인이 집을 나간 시간은 06:55경부터 07:00 사이이다. 현장상 황, 위내용물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최수희가 그때부터 밥을먹고 그릇을 설거지하여 치우려면 상식적으로 최소한 20분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범인이 최수희를 살해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 사체를 옮긴 다음 불을 지르고 나가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이 사건 화재가 훈화현상인 점을 감안할 때 연소가 진행되어 연기가 발견될 때 까지에도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계산상 범인이 들어와 최수희의 목을 졸라 죽이고 다시 이화영을 살해할 수 있는 시간대는 넓게 잡아도 07:20부터 08:00 사이에 불과한 데, 위 시반 등에 의한 사망시각 추정과 배치된다. 또한 최수희가 혼자 있을 때는 꼭 문을 잠그는 성격이라는 주위의 진술과 최수희가 살해당시 잠옷인 긴티셔츠를 입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범인은 면식범으로 추정 되는 데, 최수희의 주위에 살해동기를 가질만한 다른 사람이 없다. 이화영은 최수희를 살해한 끈보다 가는 끈으로 살해되었는 바, 제3자가 몰래 베란다에 나가 커텐끈을 자르고 이를 이용하여 최수희를 살해한 뒤 다시 다른 끈을 구해 이화영을 살해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상상하기 어렵 고 제3자가 돌이 갖 지난 이화영까지 살해할 이유도 없다. 나아가 제3자 라면 불을 질러 범행을 빨리 발견되게 할 이유도 없다.(사체를 욕실에 옮겨 물에 담궈놓았으므로 사체를 훼손시킬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 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매 동 경비원이 있는 곳이어서 외부인의 침 입이 어렵고, 당일 출입한 외부인도 없었다는 것이 경비원의 진술에 의하여 명백하므로, 제3자의 침입가능성을 상상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