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범행동기에 관련된 여러증거들에 대한 판단
원심은 이사건 범행동기로서, 최수희와 시가와의 갈등으로 인한 부부사이의 갈등, 피고인과 최수희의 성격상의 불합치, 최수희와 전xx 사이의 불륜관계와 그로 인한 이화영의 친자유무에 대한 의심, 외과개원 문제를 둘러 싼 의견충돌, 피고인 누나인 이xx이 피고인 병원에서 일 하는 문제를 둘러 싼 다툼을 들고 있다. 과연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범 행동기가 있었는지 살피건대, 먼저 최수희와 시가와의 갈등에 대하여 보면, 원심이 이와 관련하여 거시한 조xx, 정xx, 최xx, 이xx의 진술을 종합하면, 최수희가 피고인과 혼인한 직후 시동생, 시누이와 같이 살게 되면서, 시동생등과 갈등이 발생하고 결국 시동생등이 피고인 집에서 나오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어 그로 인하여 피고인과 최수희 사 이에도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 생긴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위 조xx등 의 진술에 의하여도 최수희와 시가와의 관계는 이화영을 출산한 후에는 많이 좋아져, 외부에서 볼 때 별문제가 있다고는 느껴지지 아니하였다 고 하고 있고, 최수희가 시가와 갈등이 심한 것 같았다는 최xx의 진술 내용도 통상 며느리와 시가와의 사이에서 며느리가 하는 불평 내용이라 고 해석 못 할바 아니며, 달리 이 사건 범행시까지 최수희와 시가와의 불화가 계속되어 그로 인해 피고인이 억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아니한다.
또한 위 이xx, 최xx의 진술에 의하면 최수희가 돈에 집착하고 금전 문제에 철저한 성격인 점은 인정되나, 한편, 당심증인 이xx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의 부모 역시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족한 재산을 가 지고 있어 아들인 피고인에게 생활비나 용돈 등을 바란 적도 없고 오히려 피고인의 혼인 때나 병원개업시 상당한 돈을 보조하여 주었다는 것 이고, 달리 원심 인정과 같이 돈문제로 최수희와 시가와의 사이에 분쟁 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만으로는 최수희와 시가와의 불화가 피 고인이 살해의 충동을 갖게 된 발단이 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다음, 피고인과 최수희의 성격차이가 부부사이의 갈등을 불러 일으킨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위 최xx, 이xx의 진술을 종합하면, 최수희는 활발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자기주장과 고집도 세 고, 이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이익에 철저한 성격인 반면, 피고인 은 평소 말이 없고, 소극적이며, 참을성이 강한 성격인 점은 인정되나, 나아가 이들의 성격차이로 인해 부부사이에 어떠한 분쟁이 구체적으로 발생하였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 조xx, 정xx, 당심증인 박xx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과 최 수희는 주위에서 사이가 좋은 부부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한 객관적 정황을 무시한 채 막연히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내성적인 성격의 남자가 억압감, 분노 등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따라서 피고인과 최수희 사이의 성격차이가 이 건 범행동기가 되었다 고 볼 수도 없다.
다음, 최수희와 전xx 사이의 불륜관계가 피고인의 범행동기가 되었는 지에 대하여 보건대, 전xx, 정xx, 조xx, 장xx의 진술과 압수된 편지 27장(증제79호)의 기재내용, 기록에 편철된(수사기록 1권 170쪽) 디 스켓출력물 사본의 기재를 모아 보면, 최수희가 1992. 6. 연서치과를 개업 하게 되면서 위 치과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던 전xx을 알게된 사실, 최 수희는 전xx에게 심정적으로 깊이 빠져 전xx을 사모하는 내용의 일 기를 거의 매일 쓰고 전xx에게 상당한 액수(전xx의 진술과 통장거래 내역에 의하면 합계 금 5000여만원)의 돈도 빌려 주었던 사실, 최수희는 전xx과 1993. 1. 및 4. 두 차례에 걸쳐 육체관계를 맺은 사실, 최수희는 전xx과 함께 남대문시장 등을 돌아 다니느라고 밤늦게나 새벽에 귀가 하는 경우가 잦았고, 몇번은 피고인이 강릉에서 전화를 하여 최수희가 귀가하지 아니한 사실을 확인하고 밤늦게까지 수 회에 걸쳐 전화를 하여 최수희의 귀가를 확인한 적도 있었던 사실, 피고인은 최수희가 밤늦도록 귀가하지 아니한 날 불안하고 화나는 심정을 일기로 쓴 일이 있는 사실 은 인정할 수 있으나, 나아가 피고인이 최수희와 전xx 사이의 불륜관 계를 알았는 지 여부에 대하여 보면, 피고인은 전혀 이를 알지 못하였고, 이 사건 발생후 경찰수사를 통하여 최수희와 전xx 사이를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이 최수희와 전xx 사이의 불륜관계를 알았을 것이라는 점에 부합하는 최xx, 오xx의 진술은 이점에 대하여는 동인 들의 추측을 말한 것 뿐이며, 달리 피고인이 최수희와 전xx 사이의 불륜관계를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이 최수희와 전xx
사 이를 의심하여 부부관계를 유지할 지를 고민하였다던가, 최수희가 남편인 피고인이 자신을 의심한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고민을 가족이나 친 구들에게 상의하였던 지 등의 간접적인 정황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형사소송법상의 엄격한 증명의 원칙은 범행동기와 같은 주관적요소에 있어서도 달라지는 것이 아닌 바, 이 건에 있어 범행 2년전의 불륜관계가 피해자에게 있었음이 증명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알았다는 점에 대 한 명확한 입증이 없는 이상 그 범행동기가 증명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최수희와 전xx 사이의 불륜관계가 이 건 범행의 동기가 되 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끝으로, 피고인의 누이인 이xx의 병원취업문제가 범의를 일으킨 직접적 동기가 되었는 지에 대하여 보건대, 최xx, 이xx의 진술에 의하여 도, 시댁식구가 병원운영에 관여하려는 것을 최수희가 알았다면 화를 내었을 것이라는 추측만이 있을 뿐, 실제 위 문제로 다툼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이xx의 당심에서의 진술에 의하 면, 최수희와 둘이 만나 이야기 하던중 최수희가 피고인의 개업자금을 마련하였다는 말을 듣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인사로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최수희에게 한 일은 있으나 사실은 남편의 반대와 자식들의 부양 때문에 직장 일을 할 처지도 아니며, 위 말을 들은 최수희가 가족이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은 안 좋다는 말을 하기에 즉 시 그냥 한 이야기라고 말해 주었고, 그후 사건 전일 피고인이 전화로 그 이야기를 할 때까지는 전혀 그 말이 나온 적이 없는 데, 피고인이 누나가 병원에서 일하는 문제는 어렵겠다고 하기에 무슨 소리냐, 할 수도 없다고 분명히 이야기하여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xx의 문제로 피고인 부부가 다투었을 이유는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말다툼이 생겨 그것이 살해에 이를 정도로 격심한 다툼으로 발전한 것 이라면, 외향적인 최수희의 성격상 다투는 소리가 이웃에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질렀으리라고 추측되고 그 경우 방음장치가 부실한 위 xx 아파트 인근 주민중 누군가는 그 다투는 소리를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데(경찰조사에 의하여 6.11. 밤 9xx호에서 부부싸움을 한 내용을 9xx호 거주자가 들은 사실도 밝혀졌다.), 이 사건 xx아파트 6xx호 거주자인 최xx의 진술에 의하면 6.12.02:00경까지 깨어 있었음에도 윗집인 7xx호 에서 나는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xx의 문제로 피고인 부부사이에 다툼이 시작되고 그것이 이 건 범행의 동기가 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범행동기를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도 없다. 오히려 의사라는 사회적지위를 갖고 있는 피고인이 군의관 복무로 인한 별거생활을 끝내고 아내와 동거한 지 2개월도 지나기 전, 또 아내와 장모를 동반하여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 7일만에, 자신의 병원이 개업하는 날 아내는 물론 딸까지 살해하였다 고 하려면 객관적으로 납득할만한 범행동기가 입증되어야 할 것임에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막연한 추측만이 있을 뿐 확실한 범행동기가 입증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은 이 사건 범행이 제3자의 범행일 가능성도 있다 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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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범행도구로 지목된 커텐줄에 대하여
장xx, 박xx의 진술과 기록에 편철된(수사기록 8권 385쪽) 사진의 영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되어 있는 커텐을 오르내리는 줄이 일정부분(잘린 부분의 정확한 길이는 증명되지 아니 하였다.) 잘려 나간 사실이 인정되나, 나아가 과연 위 줄이 이 사건 범행 도구로 쓰여진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홍xx, 권xx의 진술과 권xx 작성의 삭상물 추정감정 회보서의 기재는 모두 최수희의 목에 난 색흔의 폭과 위 커텐줄의 폭이 유사하여 위 커텐줄이 범행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일 뿐이고, 달리 위 커텐줄 이 사건 범행도구라고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박 순우, 권xx의 진술과 위 삭상물추정감정회보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잘라진 커텐끈은 세가닥이 묵여진 것으로 약 20센티의 간격으로 매듭이 매어져 있는 것이고, 최수희의 목에 난 색흔은 한 가닥의 끈(권xx은 두가닥의 끈이 잡아당기는 힘에 의하여 겹쳐 한가닥으로 나타났을 가능 성도 있다고 한다.)으로서 색흔 중간에 매듭의 흔적이 나타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므로 위 색흔이 위 커텐줄에 의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매듭을 풀어 한가닥 또는 두가닥만을 사용하였 다는 것이나 처의 살해를 결심할 정도로 극히 격분한 상태에서 넥타이나 전선줄등 도구로 사용할 것이 널려 있음에도 풀기도 쉽지 아니한(위 박xx의 진술에 의하면 손으로 풀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송곳 등을 사 용하여야 겨우 풀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매듭을 최수희 몰래 풀어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작의적 추측이라 할 것이다.
또한 이xx는 위 커텐줄이 6.11.까지 이상이 없었다고 하여 그것이 6.12. 범행당시 잘린 것일거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으나, 과연 이xx가 위 커텐줄의 상태를 6.11. 직접 목격하고 위와 같은 진술을 하는 것이지는 의심이 든다. 왜냐하면, 이xx 자신의 진술에 의하여도 이xx는 6.10. 밤 21:00경 피고인 집에 찾아 와 다음날 10:00경 최수희와 함께 집을 나왔다고 하고 있어 베란다의 커텐줄까지 확인할 이유나 여유 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박xx의 진술에 의하면, 위 커텐줄 을 잘못 설치함에 따라 커텐을 올리거나 내릴 때 매듭이 도르레고리에 걸려 작동을 하지 않는 등 사용에 불편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므로 만일 이xx가 6.11. 위 커텐을 사용한 적이 있다면 그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여 수사과정이나 법정에서의 진술시 그와 같은 내용을 진술하였을 것인데도 그러한 진술을 한 바 없는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의심이 든다.
그리고 커텐줄의 잘려진 부분 및 매듭에 열변형과 그을음이 있어 화재 발생전 잘려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박xx의 진술내용도 가사 그것이 화 재전 잘려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범행도구로 사용된 것이라는 추정 을 바로 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당원의 현장 검증시 확인된 바와 같이 화재현장에 가까운 커텐줄의 매듭 및 끝부분에서는 열변형과 그을음을 볼 수 없었던 점에 비추어 그 열변형등이 이 건 화재로 발생한 것이라 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국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여도 위 커텐줄을 이 사건 범행 도구로 단정할 수 없다.
(사) 제3자의 범행가능성에 대하여
① 먼저 이 사건 화재발생시간에 대하여 본다.
조xx은 6.12.08:20경 경비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7-10 층 복도 쪽으로 연기가 나오는 것을 처음 발견하였으며(경찰 2회 진술시에는 08:40-08:50경 발견했다고 진술하였으나 그 후 진술을 번복하여 당 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08:20으로 진술하였다.), 위 시각을 정확히 아는 이유는 그 시경 시계를 보아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xx, 허xx, 이xx등의 당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조xx은 연기를 발견하고 그 즉시 71 0호 거주자인 박xx에게 인터폰으로 연막탄을 피운 적이 있는지 확인하였는 데 위 박xx는 09:05경 도착하는 유치원버스에 아이를 태우려고 나가려던 중 인터폰을 받았으므로 그 시각이 08:50-08:55 사이로 생각된 다는 것이고, 위 인터폰을 하고 난 조xx은 1208호 주민으로부터 연기 가 난다는 연락을 받고 올라 가 연기나는 곳을 찾던 중 7xx호 주민인 허xx을 만났는 데 위 허xx은 08:50 오는 유치원버스에 아이를 태우 고 올라오던 길이므로 그때가 09:00경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위 아파트 5xx호 거주자인 이xx은 남편이 09:10경(텔레비젼으로 연속극을 보다가 시각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출근하러 나갔다가 바로 돌아 와 7xx호에서 연기 난다고 하여 경비원 조xx에게 인터폰을 하였더니, 조xx이 연막탄을 피운 것 같다고 대답하였으며, 연막탄을 피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남편이 경비실로 내려가 조xx을 데리고 올라왔는 데 그 시각은 09:20경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사건 당일 조xx을 만난 사람들이 진술한 시간이 연기를 발견하고 화재신고를 할 때까지의 과정에 모두 부합하고, 그 시간을 기억하는 이유 역시 아이들 유치원 버스 도착시간이나 텔레비젼에 표시된 시간 등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오류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여지므로, 최초 화재발견시각에 대한 조xx 의 진술은 믿을 수 없고, 화재가 조xx에 의하여 최초로 인지된 시각은 08:40경으로 판단된다.
다음, 현장검증에서 확인된 이 사건 화재상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화 재가 안방장롱 안에서 산소의 부족으로 연소가 서서히 진행된 이른바 훈화인 점은 인정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화재발생시간을 추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결과는 그 입력치의 정확성이 입증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안방문 개폐시간으로부터 2시간 내지 2시간30분전 화재가 발생 하였다는 실험결과를 믿기 어렵고 따라서 위 실험결과를 들어 위 화재 가 07:00 이전에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거니와 오히려 08:00경 발생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이 사건 아파트에 제3자가 경비원 몰래 침입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당원의 현장검증결과에 나타난 현장상황을 감안하면, 이 사건 아파트는 아파트 1층에 경비원이 근무하는 초소가 있고 경비원이 24시간 상주하여 제3자가 몰래 침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는 하나, 경비원초소 뒷편으로 장애인이 다닐 수 있도록 콘크리트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길을 통하여 경비원이 입구 쪽을 바라 보고 있을 때 경비원 몰래 침입할 수도 있다고 보여지고, 그 외에 비상 구를 철문으로 막은 부분과 화단에서 복도 벽까지의 거리가 사람 키에 못 미치는 아파트 옆 부분으로도 경비원 몰래 침입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경비원이 상주하여 경비를 하고 있어 외부인의 침입이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아닌 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없다는 단정은 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이 피고인이 아닌 제3자의 범행이라면, 피고인이 07:0 0경 집에서 나간 다음 최수희가 아침을 먹고 밥그릇 등을 씻어 찬장에 넣은 후 제3자가 들어와 최수희와 이화영을 살해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 사체를 넣고 안방장롱에 불을 지른 다음 최수희의 열쇠로 문을 잠그고 나간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인 데, 위에서 차례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최수희의 사체에 부분적인 양측성시반이 발생 할 수 있고, 강직이 전신에 완성될 수 있으며, 부검시 위에서 이 사건 위잔존물과 같은 형태의 음식물이 발견될 수 있다. 또한 식기세척기와 우유병 등이 현장과 같이 남을 수 있다. 즉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들 에 의하여도 위와 같은 가정상황이 객관적으로 발생 불가능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④ 물론, 피고인 아닌 제3자의 범행이라면 왜 돌이 갓 지난 아이까지 살해하고 범행 후 경황이 없는 중에도 사체를 물에 담그고 불까지 저질렀을까 하는 등 누가 어떤 동기에서 이 사건 범행을 행하였을 것인 가 하는 전반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으나, 유죄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므로, 목격자나 범행도구에서의 피고인의 지문 또는 혈흔 등 범행의 직접증거라고 할만한 증거가 없는 이 사건의 경우 제3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없다는 정황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하여는 범행동기를 가진 제3자를 생각키 곤란하다거나 원한관계가 없는 제3자라면 그 와 같은 잔혹한 범행수법을 취할 이유가 없다는 등의 의심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아니하고, 시간상 간격이나 사후 현장상황 등에 비 추어 제3자의 범행가능성이 물리적,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 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이 건의 경우 제3자의 범행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을 들어 피고 인을 유죄로 단정할 수도 없다.
(아) 그밖에 피고인의 범행임을 의심케 하는 정황
이xx는 피고인이 아내와 딸이 죽은 사태가 발생하였음에도 장례식장에서 까지도 전혀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아니하고 경찰조사 를 받고 돌아와서는 콩나물국을 끓여준 일이 있느냐는등 자신의 형사처벌 가능성만을 염려하는 극히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진술하고 있 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후 식사를 잘 하지 아니하고 혼자 있을 때는 눈물을 흘리는 등 슬픔을 참지 못하였다는 이xx의 진술에 반할 뿐 아니라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였다거나(슬픔을 표시하는 방법은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서, 여러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였다 하여 마음속으로 슬퍼하는 감정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에서 수사를 받고 돌아 와서 추궁받은 바를 질문하였다 하여 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이xx의 진술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볼 수도 없다.
(자) 반대로 피고인이 무고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정황
① 최수희가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에서 사망한 점
위 이xx의 진술과 실황조사서의 기재를 종합하면, 최수희는 양쪽 눈에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로 사망하였는 데, 통상 최수희는 자기 전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콘택트렌즈를 뺀 다음 돗수있는 안경을 끼고 나와 자기전까지 착용하고,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콘택트렌즈를 낀 후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는 바, 그렇다면 최수희는 자기전이나 깨어 난 다음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최수희가 자기 전 사망한 것이라면, 최수희가 집에 있을 때는 대개 24:00경 잠자리에 들었다는 이xx의 진술(이는 최수희가 늦 게 까지 깨어 있다는 취지로 나온 진술이나, 아침 07:00경에는 일어나 출근을 하여야 하고, 밤에 집에 돌아와서는 식사준비 등을 하여야 할 뿐 아니라 밤중에 깨어나 이화영에게 수유까지 하여야 하는 최수희의 처지 를 보면,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녁식사시 먹은 음식물 의 상당양이 위내에 남아 있는 부검결과, 주위에서 피고인 부부가 싸우 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전혀 없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최수희는 6.11.23: 30 - 6.12.00:00경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만일 그와 같이 최수희가 6.11. 밤에 사망한 것이라면, 사망시각 추정에 대한 부분에서 본 것처럼 그와 같은 경우 고착된 시반이 훨씬 많은 부분에 나타나야 할 것이므로, 부검결과와 맞지 아니할 뿐 아니라, 당심증인 이 정빈의 진술에 의하면, 최수희의 사체외관을 보아서 위 사체가 그다지 오래(예를 들어 4-5시간) 물에 잠겨 있지는 아니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인 바, 그렇다면 위 사체는 살해 후 상당기간 다른 장소에 방치되어 있다가 새벽 무렵 욕실로 옮겨졌다는 결론이 되고, 그 경우 시반의 형성 과 사체의 경직은 다른 곳에 방치되어 있는 동안에도 당연히 진행되었을 것이므로, 사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시반이 이동되고 강직이 인위적으로 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인 데, 이 사건 사체감정은 모두 사체 가 옮겨 져 시반이나 강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전혀 감안하지 아니하고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감정결과를 위와 같이 사체가 옮겨진 경 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음 최수희가 아침에 일어난 다음 살해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최수희의 평소 아침기상시간, 최수희가 세수와 식사 및 설거지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 범인이 범행을 저지른 뒤 사체를 욕조에 넣고 방에 불을 놓는 등 의 행위를 하기 위하여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최수희가 피고인이 출근하기 전에 사망하였을 가능성 보다는 피고인의 변명처럼 피고인이 출근한 07:00 이후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수희가 콘택트렌즈를 낀 채 사망하였다는 정황은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주요한 단서가 된다.
전자렌지에서 최수희가 복용하는 한약봉지가 발견된 점
이xx의 진술과 실황조사서의 기재에 의하면, 최수희는 살해될 무렵 아침, 저녁으로 식사 후(얼마만의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지는 확인되지 아니하였으나, 최수희가 아침 7시경 일어나 식사를 하고 8시에는 출근을 하는 점에 비추어, 식후 30분이나 늦어도 1시간 후에는 복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약을 렌지에 데워 복용해 왔는데, 이 사건 현장 검식시 부엌에 있는 전자레인지 안에 그 한약 1봉지가 들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만일 최수희가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6.11.23:30부터 6.12.06:30 사 이에 살해된 것이라면 살해된 시각은 저녁식사후의 한약을 복용한 후여야 할 것이고, 렌지내에 한약봉지가 존재할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최수희가 아침을 먹고 한약봉지를 렌지에 넣고 데우는 도중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3) 위와 같이 피고인을 이 사건의 범인으로 보기에는 갖가지 의문 점이 남아 있으므로 그러한 의문점이 풀리기 전에는 피고인의 변소를 가볍게 배척하고 피고인을 진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결 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 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형사법의 대원칙이자 우리 대법원 판결이 일관되어 견지하는 입장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을 의심하게 하는 부검소견에 따른 사망시각추정, 식기세척기나 우유병 등의 현장상황 등의 여러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여러 면에서 그 증거들의 증명력에 대한 의문이 들고, 그밖에 위와 같이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드는 여러 정황들도 있으므로, 범인이 문을 잠그고 나갔을 것으로 추측되는 피해자 최수희가 사용하던 보조키의 소재나 지문, 혈흔등 유죄인정의 유력한 근거가 되는 증거가 전혀 현출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와 같이 의심의 소지가 남는 원심거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의심스러운 증거들을 들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 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 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가. 기재와 같은 바, 위에서 본 바 와 같이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결국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 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 고하고, 형법 제 58조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6. 6. 26.
재 판 장 판 사 강 완 구
판 사 강 훈
판 사 박 희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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