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2000 2. 24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 화재 모의실험 “출근 시각 전에 불이 났다면 그가 범인이고, 그렇지 않다면 범인은 제3자다.” 4년8개월 동안 1심 사형 선고-항소심 무죄판결-대법원 유죄취지 파기환송으로 파란을 겪어온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화재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이 24일 오후 2시30분 경기 용인시 경기도지방소방학교에서 열렸다. 두번이나 생사가 엇갈리는 판결을 받은 이도행(39·의사)씨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가 마련한 이번 실험은 지난 95년 5월의 서울 은평구 불광동 ㅁ아파트 안방을 내부구조와 온도, 습도 등 여러면에서 꼭같이 재현했다. 범인은 이씨의 부인(당시 31살·치과의사)과 딸(당시 1살)을 살해한 뒤 안방 장롱에 불을 질러, 불이 난 시각이 이씨의 사건 당일 출근시각인 아침 7시 이후면 이씨의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가 입증되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이씨가 부인과 딸을 살해한 뒤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산소가 부족한 방에 불을 질러 늦게 발견되게 하는 `지연화재' 수법을 썼다”며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수사당국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씨의 출근 시각 무렵에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쪽은 “일러야 아침 8시40분에 불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상식적으로 8시 이후에야 불이 났을 것”이라며 실험을 준비해왔다. 이씨쪽의 예상대로 서울시립대 윤명오(건축학) 교수가 감독한 이번 실험에서는 안방 장롱속 옷에 불을 붙이자 4분 만에 연기가 밖으로 새나오기 시작했으며, 6분만에 불이 꺼지고 연기가 잦아들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실험을 통해 밀폐된 공간이더라도 장롱 한 칸을 태우는 데 1시간40분이나 걸릴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따라서 아침 7시에 출근한 이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쪽은 학계의 분석과 검증을 거쳐 실험과정과 결과를 서울고법에 내기로 했다.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 재판에서는 이밖에도 피해자들의 시강(시체의 굳기 정도)과 시반(시체에 나타나는 반점)을 놓고 추정하는 사건 발생 시각에 대해 변호인과 검찰, 국내 법의학자와 외국 법의학자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진행돼왔다. 이본영 기자ebon@hani.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