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살인의 발단이 된 싸움에 대한 증명이 있는가.

가. 원심 판결에 의하면 "1995. 6. 11. 23:30경부터 다음날인 같은 달 12, 06:30경 사이에 위 최수희와 어떤 언쟁 (피고인의 누나인 공소외 이00이 피고인의 외과의원에 시간제로 일하는 문제에 관한 언쟁이 아닌가 한다)이 발생하여 다투다가 그 다툼이 확대되어 위 최수희로부터 시가나 경제적인 문제 혹은 전00과의 관계 등에 관련된 부분에 관하여 극단적인 모욕적인 언사를 당하자 위와 같이 누적된 억압잠재감정이 폭발한 나머지 위 최수희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라고 싸움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 원심의 어떤 언쟁이니 언쟁이 아닌가한다 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형사판결 그것도 사형을 선고하는 형사판결의 범죄사실 적시에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용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어떤 언쟁이라니? 그리고 '언쟁이 아닌가 한다'는 식으로 추리를 하고 이처럼 전혀 입증되지 않은 추리를 바탕으로 살인행위에 까지 논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원심판결은 이것이 추리 소설인지 판결문인지를 알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다. 우선 피고인 누나의 취업문제는 그나마 피고인의 자백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런 이야기를 당시 피고인과 이00이 전화통화로 나눈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① 이 문제가 다툼으로 발전하고

시가나 경제적 문제

③ 더구나 "전00과의 관계 중에 관련된 부분에 관하여 극단적인 모욕적 언사를 당했다는 것은 이 사건 기록 어디를 보아도 비슷하게라도 끌어다 댈 만한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과거에 시가나 경제문제, 전00과의 관계가 있었다고 언급된 증거들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바로 1995. 6. 11. 23:30에서 다음날인 12. 06:30경 사이에 두사람 사이에 문제로 제기되고,

극단적인 모욕적인 언사를 당하고,

피고인의 감정이 폭발했다는 것을 뒷받침할 증거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라. 이 사건은 살해 행위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살해 전 다툼의 과정과 이유는 살인을 인정하는 전제로서 매우 중요한 범죄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살해행위의 전 단계인 다툼행위 자체도 범죄사실의 일부로서 반드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지닌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고사하고 아예 증거자체가 전혀 제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 반증들

(1) 피고인 누나 이00의 취업문제

(가) 최수희의 언니 최00은 경찰 7. 19 자 진술에서

"동생과 상의 없이 시누이인 이00을 병원 사무장으로 채용한다는

이야기가 거론되었다면 동생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과 배신감을

느끼며, 특히 돈 관리에 있어 시누이 손에 들어간다는 것에 크게 분노

하여, 분명히 크게 싸웠을 것이고 저녁이든 새벽이든 시간에 관계없이

최악의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동생의 평소성격으로 보아

악을 써가며 고함을 질러 남편의 무능력, 시집식구" 등을 공격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나) 6. 11. 밤 이00의 취업관련 이야기가 잠깐이라도 피고인과 이00의 통화에서 나왔다는 것은 피고인 스스로 자발적으로 진술하여 알려진 것임은 앞에서 살핀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다툼과 감정 폭발등 살인까지 가는 과정이 있었다라는 원심판결에 인용할 유일한 증거는 위 최00의 경찰진술 뿐입니다.

우선 누군가 처벌 대상을 필요로 하는 유족인 최00의 최악의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진술만 가지고 실제로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고 사실인정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나아가 실제상황에서 최00 진술대로 전개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반증들은 너무 많습니다.

(다) 도대체 피고인이 이00을 취업시키겠다고 고집을 세웠는가?

① 이00은 1978년 간호전문대를 졸업하고 1981년 8월 까지 약 3년 남짓 보건소등에서 근무한 것이 간호원 생활의 전부 입니다.

1981년 결혼한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게 한 후로 14년간 이00은 딸셋, 아들 하나를 키워왔고 이사건 전화통화를 한 1995. 6. 11. 현재 39세의 나이에 중2, 초등학교 6학년, 2학년 된 세딸, 그리고 막내인 불과 3년 6개월 짜리 아들을 두고 있는 가정주부입니다. 성당과 사회단체 봉사활동에 시간내기에도 빠듯한 이00으로서는 하루 단 1-2시간도 시간을 빼기가 불가능하며 억지로 가능하다 해도 피고인 병원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00이 1995. 6. 11. 처음으로 동생인 피고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아니고 1995. 3월 시누이인 최수희가 피고인 개원에 성심성의를 다해 돕는 것이 고마워 인사 치레로 최수희에게 꺼냈던 이야기 일뿐입니다.

최수희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혹시나 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피고인은 누나인 이00으로 부터는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으며 오히려 최수희가 피고인에게 이야기를 해 주어 알게 된 것임은 피고인의 이 사건 초기부터 일관된 진술인 동시에 이00의 이 법정 증언에 의해 분명합니다.

이00이 6. 11. 밤 9시경 피고인과 통화한 주된 내용은 이00의 남편인 김00이 동생 이00의 접촉사고 처리를 도와주었는데 고맙단 소리도 않더라는 이야기와 개원 준비 잘되었는지에 관한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간호원도 이미 2명 다 구한 이야기 등을 하다가 피고인이 최수희에 들은 바 있어 누나에게 취업문제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00도 1,2시간도 시간내기 어려운 형편임이 뻔한 사정이므로 무슨 소리냐 병원에 나가려야 나갈 수도 없다 고하여 간단히 넘어간 문제입니다. 이00은 가정여건상, 피고인은 이미 간호원을 2명이나 구했으므로 더 이상 이00의 취업 이야기가 진전될 까닭이 없음은 너무도 쉽게 추론 할 수 있습니다.

(2) 6. 11. 밤 9:30과 10:30의 전화통화

(가) 당초 최00이 최악의 일이 벌어지는 전제로 가정한 것은 이00이 사무장이 되어 돈 관리를 한다는 것인데 이00이 사무장역할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일이므로 이러한 가정은 더 이상 전개될 소지가 원천적으로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피고인이 "동생과 (최수희)와 상의 없이"운운 하는 것은 오히려 이00이 피고인과는 전혀 직접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고 최수희에게만 이야기하였었다는 점에서 고려의 가치가 없는 가정인 것입니다.

(나) 과연 최수희가 "크게 분노하여 저녁이든 새벽이든 시간에 관계없이···악을 써 가며 고함을 질렀는가?

최00은 이00의 사무장이야기가 거론되면 위와 같은 최악의 사태로 몰아 갔을 것이라고 짐작을 하고 원심은 이러한 최00의 짐작을 그대로 판결로 사실인정하고 있습니다.

① 피고인이 이00에게 병원취업문제는 어렵다고 이야기 한 것은 6. 11.밤 9시 조금 넘어서 입니다. 최00의 짐작대로라면 "불같은 성격"의 최수희로서는 그 즉시 크게 분노하여 악을 써 가며 고함을 질렀어야 합니다.

그런데 6.11. 밤 9시 30분 경 이00이 피고인에게 다시 전화를 하였을 때 최수희가 전화를 받아 "형님, 도행씨 지금 아기 재우는 중이니 조금 있다 전화하세요"라고 "평소와 다름없는"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이00의 이 법정 증언). 잠이 깨서 칭얼대던 딸을 재운 피고인은 다시 이00에게 전화를 하여 두 번째 통화를 한 바 있습니다.

② 나아가 그날 밤 10시 30분에는 최수희가 최00에게 먼저전화를 걸어 "6월 17일 남편인 이도행이 외과의원 개업식을 하니 형부와 같이 와 달라고 해서 ··· 수희가 약도를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 언니는 행복하겠다"는 등의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입니다(최00의 1995. 7. 19 진술 435쪽).

③ 6. 11. 밤 9시경 이00의 취업문제가 나와서 최수희가 "악을 쓰고 고함을 질러 최악의 일이 벌어 졌다"면 9시 30분경 이00과의 평온한 통화는 무엇이며 더 나아가 그보다 1시간 30분 뒤인 10시 30분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6월 17일 개원식 초대이야기를 나누고 언니는 행복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합니까.

④ 이처럼 6. 11. 밤 9시 경 나온 이00의 취업문제로 살인까지 가는 다툼이 벌어졌다는 원심의 판단은 무려 1시간 반 뒤인 밤10시 30분경 최수희가 최00에게 건 전화 통화 하나로도 도저히 유지될 수 없는 부당한 결론인 것입니다.

⑤ 백보를 양보해 10시 30분 이후 다시 이문제로 분란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너무도 작위적이고 견강부회적인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이웃의 증언

(가) 원심이 채용한 최00의 짐작대로 6. 11. 발악을 쓰고 고함을 질러 최악의 일까지 전개되었다면 아파트의 구조상 이웃이 듣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 사실 이 사건 발생으로 인해 1995. 6. 11. 밤과 새벽사이에 무슨 다투는 소리가 있었는지 세밀한 수사가 있었고 그 바람에 6. 11. 자정 무렵 5동 910호에서 부부싸움이 난 사실까지 수사가 되었고 이 싸움소리를 들은 9xx호 김00의 진술까지 나와 있습니다(윤00, 김00의 95. 6. 13자 경찰 진술조서. 316, 331쪽).

그런데도 악을 쓰고 고함을 지르고 살인에까지 갔으리라는 최수희와 피고인의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주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피고인 바로 아랫집 608호 최00은 6. 12. 02:00경까지 업무관련 공부를 하다 잠이들었는데 6. 11. 밤 6. 12. 새벽사이에 아무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고(최00의 1995. 6. 23. 자 경찰진술조서 171쪽) 피고인 옆집 707호 허00은 6. 11. 밤 12시 잠을 잤고 6. 12. 7시 일어났는데 깨어있을때나 잠결에도 아무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허00의 1995. 7. 1. 자 경찰진술조서 284쪽)

(4) 이처럼 6. 11. 밤9시경 이00과의 피고인의 통화 내용 중 이00의 취업문제는 처음부터 단 몇 마디 말로 간단히 정리되었고 그 이후 밤9시 30분 이00과 최수희의 통화, 밤10시 30분 최수희의 최00에 대한 전화내용 등을 보아도 전혀 살인으로까지 번지게 된 다툼이 일어난 일이 없으며 이는 이웃들의 증언에 의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살인행위 인정의 가장 중요한 전제로서 이00의 취업문제를 둘러싼 다툼과 그 확대 그리고 시가와의 갈등, 전00 관련 문제. 등으로 인한 최수희의 모욕적인 언동, 피고인 감정의 폭발 등은 전혀 인정할 증거가 없는 부당한 사실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살인행위는 그 동기 및 전 단계인 다툼이 전혀 인정될 수 없으므로 그 근본부터 허물어진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