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행(세바스티아노)을 생각하는 모임의 발족 미사
지난
9월 6일(월) 저녁 7시, <이도행(세바스티아노)을 생각하는 모임>의 발족 미사가 김수환 추기경님의 집전으로 명동 전진상 교육관 강당에서 있었습니다.
다음은 김수환 추기경님 께서 주신 그날의 강론 내용입니다.
오늘 저녁 석간 신문에 사진이 하나 나와 있었는데 여러분도 아시는 데로 몇 일 전에 동티모르의 독립이냐 아니냐 하는 투표가 있었고 78.5% 가 독립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독립을
택했을 뿐이지 나라가 성립된 건 아니고 거기 오히려 독립을 반대하는 이른바 자치단체라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붙어서 같은 동티모르 사람들인데도 자치 쪽을 택해서 독립을
반대할 뿐 아니고 민병대 조직이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독립을 택하니까 자기자신의
생존을 위해서인지 마지막 저항인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그래서 여러 곳에서
100명씩 그 이상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위협 속에서 자기들을 지켜주는 뚜렷한 세력이 없으니까 동티모르를
떠나서 탈출하는 그런 모습의 사진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대량 탈출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런 대목이 있었고 자칫하면 독립을 택한 사람들 사이에서 무력충돌과
내전으로까지 확산될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사람이라는 것은 누군가 지켜주지 않으면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는 그런 처지의 많은 피난민들 또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한반도에서 북한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살기위해 탈출해서 중국에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와 같은
동포들이지만 몇십만의 사람들이 탈출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라가 그들을 지켜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일자리도 주고 목숨을 지켜주고 해야하는데 그것을 해주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생깁니다. 그런 비극들이 가까이는 우리동포 이북의 형제들에게 일어나고 있고 동티모르에 일어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내전이라든지 전쟁상황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온 세계에 흩어져 있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저는 정말 우리도 우리의 생명이 나라로부터 확실히 나라의 법과 제도에 의해서 지켜질 수 있는가, 지켜지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 우리에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현실로는 한 분에게 구체적으로 해당되는 것이지만 자칫하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나라의 법에 의해서 희생되는 그런 비극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염려가 한 예로 잘 아시는 이도행씨 경우에 있기 때문에 오늘 관심을 같고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지혜를 밝게 해주시고 은총을 주시고 이 사건의 해결을 참으로 주님의 정의로써 잘 될 수 있도록 빌기 위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저는 법률가는 아니기 때문에 제가 법률적인 것을 자세히 말할 수는 없고 이 앞에 전문가들이 앉아 계시기 때문에 이 분들이 제 말에 부족한데 있으면 보충해 주실 것이고 제가 이 사건 자체를 사실 잘 모릅니다. 이렇게 보내준 인쇄물을 통해서 읽어 본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1심에서는 피고가 되는 분이 확실한 증거가 없었지만 정황으로써 범인이란 판정이 돼서 사형이다라고 언도되었고 그것이 고법에 올라와서 여러 가지 살펴보았지만 객관적인 뚜렷한 증거가 없다.
증거가 없을 때는 범인이라 할 수 없다 하고 받아들였고 대법원에 가서는 어떻게 됐냐하면 비록 객관적인 증거가 없지만 정황으로 봐서 유죄일 수 있으니까 다시 고법에서 재심을 하라 법률적인 표현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고법으로 갔습니다. 법률가는 아니라도 들은 풍월에는 그렇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객관적으로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을 때는 비록 여러 정황이 유죄라 보일지라도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없다 그런 경우에는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법을 판결해야 한다고합니다.
그런데 그런 원리를 누구보다도 법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최고인 대법관들이 잘 아실 테니 그 원리를 지켜야 하고 그 원리가 지켜져야 정황이 그렇더라도 죄인으로 판결을 받지 않는 그런 어떤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해줘야 할 대법원이 어떤 의미로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습니까하고 법조계 원로에게 물었더니 그런 일이 없었답니다. 오늘날의 이 시대는 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민주 국간데 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시를 받은 고법에서는 자기들이 애써서 법의 원리로 피고인에게 애써서 무죄로 내렸는데 대법원에서 마치 잘못 판결이 아니냐는 질책과 함께 유죄 판결을 내라 하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다 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예사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본인이 무죄다 주장하는 데도 검찰 조사에서 억지로 죄를 만들어요. 그것도 고문으로 자백을 하게 해요. 그것이 증거가 되어 어떤 때는 사형언도를 받아서 사형집행도 당하고 죽어간 사건이 있습니다. 아니면 10년 20년 선고를 받아 옥고를 치른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잘 아는 이철희씨라는 사람이 간첩으로 오인 받아 중앙 정보부에서 고문을 받고 간첩혐의로 추궁을 받아 안 갔는데도 자기가 평양 갔다고 느끼게끔 되어서 안 갔는데도 최후진술에서 갔다고 말했답니다. 그 때 어떤 신부님이 그 말을 듣고 저 사람은 확실히 평양에 갈 사람이 아니다 평양 갔다고 한 것은 고문에 의해서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 신부님이 이철희씨를 개인적인 친분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철희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습니다.
듣기로는 하부에서 경찰과 검찰이 이제는 객관적인 증거 없이도 정황만으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합니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우리가 과연 이 땅의 법의 운영을 책임지는 그런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주 법의 운영에서 원리 원칙이 됩니다.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모두가 다 유죄 쪽으로 판결이 됩니다. 그러면 이 나라의 검찰도 경찰도 이 나라를 보호해 준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도 속수무책입니다. 우리가 실제 탈출할지는 모르지만 자칫 잘못하면 우리도 그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람이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었다 할 지라도 생명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하셨습니다. 그 생명을 지켜 주는 것이 국가이고 국가의 법입니다. 우리 나라의 법은 나를 지켜주고 있다, 믿을 수가 있다 이럴 때 국민은 안심하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법이 나를 지켜 주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게 의심을 하기 시작해서 커져가고 확산되면 우리는 안심하고 살 수가 없습니다. 하루라도 안심하고 살 수 없으면 이 나라가 안전할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의 최고가는 대법원 판사들은 제일 머리가 좋은 분들 아닙니까.
그들이 법의 원리 원리원칙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아실 텐데 어떻게 돼서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저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말 하느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기 모여서 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께 정성을 다하여 기도합시다.
우리 마음으로부터 기도 드리면서 특히 이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도행 형제와 그 친척들 그리고 함께 하는 모든 분들에게 은총을 내리시어 함께 하시고 당신의 힘을 그분들에게 내려 주심으로 실망을 극복하고 더불어 주님께 의탁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인도하여 주십시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