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에 근거한 사후 경과 시간 추정



사후 경과 시간 추정

이 원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부장 (수사연구 2001. 6)

사망사건의 수사에 있어 사망시각 즉 사후 경과시간을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수많은 법의학자들이 과거 1세기 이상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 왔으나 안타깝게도 아직 사후 경과 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이 소개되지 않고 있으며 , 아직도 법의학 분야의 커다란 과제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후 경과시간은 아직도 ‘추정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 사후 경과시간의 추정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연구되고 사용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사후 경과시간의 추정은 사람이 사망한 후 보이는 여러 가지 시체현상, 즉 사후 시체의 체온하강 정도, 시체 강직의 발현 여부, 시반(혈액 침하), 위 내용물의 소화상태, 부패의 진행 정도 등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이 이외에도 사후 1일 내지 2일 내에 사용할 수 있는 실험적인 방법들로 근육의 전기적 흥분도, 눈의 변화(망막변화, 약물에 대한 홍채의 반응), 안방수의 화학적 변화, 혈액, 심낭, 뇌척수 액의 화학적 변화, 골수의 세포학적 변화 등이 소개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 그 어떠한 것도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여러 가지 시체현상이나 인체 화학성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외적 요인들 때문에 그 정확도는 더더욱 떨어진다.


사망추정시간의 중요성

버나드 나이트

사망 경과 시간을 추정하는 것은 지난 수세기 동안 아니 지난 수 천년동안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심지어 아직 첨단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사회라 할지라도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비록 후진적이긴 하지만 주 용의자들의 위치 및 움직임과 추정 사망시간의 연관성을 추적해 알리바이 성립 여부를 알아내려고 할 것이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단지 자료 수집 장비들이 발전했다는 것뿐인데 과거에는 사체의 냉각 정도를 알기 위해 손등을 이용했고 부패 정도를 알기 위해 눈과 코를 사용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현재는 미묘한 차이에도 민감히 반응하는 열전지가 부착된 다채널 검온계, 효소요법, 초자체 화학요법, 근육 반응성을 비롯된 무수한 방법을 이용해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망 경과 시간을 추정하는 정확성은 기술의 괄목할만한 첨단화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범죄사건에서 사망 경과 시간을 정확히 추정해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자명하지만 이외에도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다른 이유들이 있다. 예를 들어 검시관이나 의료사고 조사관 혹은 기타 해당 담당자가 기록을 위해 사망일시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국에서는 검시관의 역할을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사망에 이르렀는지를 질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체가 발견되고 증인이 아무도 없을 경우 사망시간은 당일 오전이나 그 전날 밤일 수 있으며 그럴 경우 문서상엔 사망시간이 자정으로 기입되게 될 것이다. 이는 민법상 또 다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다시 말해 사망일시에 따라 주상속자가 달라지는 경우이다. 두 건의 사망, 특히 부부나 형제가 비슷한 시기에 사망했을 경우 누가 먼저 죽었느냐에 따라 부동산 및 재산의 상속이 달라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보험이나 계약, 사고, 습격을 당했을 경우 과실을 누구에게 돌리느냐 하는 것도 사망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이와 같은 상황은 범죄사건보다는 훨씬 드문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가벼운 사안들도 아니다. 형사사건에서 알리바이의 성립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만 사망 경과 시간을 추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 수사가 시작되면 용의자를 심문하거나 혐의를 씌우기 전에 수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사망시간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망이 발생했을 당시의 여러 상황들, 주변 인물들, 주변에 없었던 인물들을 가려내게 되면 자동적으로 수사는 일정한 방향으로 진행되게 된다. 여러 명의 용의자가 거론되고 있을 경우 사망시간을 정확히 추정하게 되면 예비 선별과정을 거쳐 범죄발생 시간에 피살자 주변에 있지 않은 인물을 골라낼 수 있으며 나머지 용의자들은 해당 시간에 피살자 주변에 있음이 확인되어 그들에 대한 혐의는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사망시간에 관한 소견을 내는 의사의 책임이 막중하다. 만약 의사가 오류를 범한다면 수사는 가장 중요한 순간인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는 사망했다고 생각되는 정확하고 정황에 비추어 합당한 시간 범위를 제시해야만 한다. 더욱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실제 사망 시간이 그 범위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정확성을 특히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럴 경우 용의자에게 잘못된 알리바이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용의자가 한 명으로 좁혀지고 혐의를 받게 되면 피고측 변호사들은 추정 사망 시간을 면밀히 검토한 후 문제점들을 지적해 피고의 알리바이를 주장하게 된다. 의사의 소견은 비슷한 혹은 더 경륜 있는 법의학자에 의해 정밀 분석되고 비판되며 의의를 제기 받게 된다. 따라서 의사는 사망시간 도출 방식 및 계산의 정확성과 사용 방법의 논리성을 합리화해야 한다. 조사 당시의 의사의 소견은 몇 달 후 법정에서의 집중 심문을 이겨낼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의사는 수사관들에게 꼭 명확한 견해를 밝힐 필요는 없지만 법정 증인 석에서는 명확하고 정확한 의사의 소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필자가 참관했던 고등 법원의 재판에서는 판사가 재판을 중단하고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를 놓아주는 일이 있었다. 두 의사가 사망 시간은커녕 사망 일시조차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사망시간을 지나치게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은 사망시간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잡아서 경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경찰은 최소한 수사에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전자의 경우처럼 근거 없이 정확한 시간을 제시하게 되면 수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진범은 법망에서 빠져나가고 무고한 사람을 용의자로 모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장 정확한 사망시간을 제시하는 사람은 언제나 가장 경험이 적은 의사이다. 여러 사건을 다루어 보지 않은 관계로 여러 가지 함정과 오류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 가능한 방법을 고려해 볼 때 시간 범위 대신에 시간만을, 심지어는 몇 분까지 제시하는 의사는 다시 한번 그의 의견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시간표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종합적인 사후 경과 시간 (하이텔 법촌 동호회)

  1. 1시간 내외 - 시반은 약간 나타나나 시체경직이 아직 없는 정도
  2. 2-3시간 내외 - 시반은 경미하고 시체경직이 턱 관절이나 경추 관절(목)에만 존재.
  3. 4-5시간 내외 - 시반이 전위되고 시체경직이 상지관절에 나타나며, 인공적으로 경직을 소실시키면 재경직이 일어남.
  4. 7-8시간 내외 - 시반 및 시체경직이 강하고 시반이 압력에 의해 퇴색하지 않으며 경직이 하지관절까지 발생.
  5. 10-12시간 내외 - 시반 및 시체경직이 현저하고 손가락 관절에도 경직이 나타나며, 각막이 안개처럼 혼탁 되었을 때.
  6. 사후 24시간 내외 - 각막은 혼탁 되어 있으나 동공은 투명, 복벽에 부패성 변색이 나타나고 입, 코 , 눈 등에 파리 및 구더기가 생겼을 때.
  7. 사후 36시간 내외 - 악 관절(턱)의 경직이 풀어지기 시작함.
  8. 사후 48시간 내외 - 각막이 불투명하고, 하지의 경직이 풀어지기 시작할 때.
  9. 사후 2-3일 내외 - 배꼽 주위 및 사타구니의 피부가 부패로 변색되고 여러 곳에 부패(수)포가 생김.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시간표로 실제 상황에 적용할 경우 문제점이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국내 법의학 교과서에서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법의학에서 사후경과시간을 정확히 추정하는 것이 극히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나 근거의 핵심이 되는 사후변화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감각을 통한 검사는 물론 체온의 계측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또한 비교적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생화학적 검사도 아직까지는 믿을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윤중진 법의학


참고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것이 때로는 매우 중요하다. 항상 예외 없이 경찰에게 주어지는 질문 사항이며 가끔은 추정의 정확성에 애처롭게 매달리기도 한다.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것은 극히 어려우며 정확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Knight, Legal Aspects of Medical Practice, 4th edition, (1987), Churchill Livingstone, Edinburgh

사망 후 시체 현상에 근거한 사망 추정 시각의 결정이 법의학에서 아무 문제없이 완전하게 연구되어진 것은 아니다. 법적인 중요성을 떠나서 이 분야의 해결은 많은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지적 도전의 대상이 되어 왔다. 많은 노력과 창의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미미하다. Jaffe, A Guide to Pathological Evidence : For Lawyers and Police Officers, 2nd edition, (1983), Carswell Criminal Law Series, Carswell Ltd., Toronto.

사망시각은 추정하는데 어느 한가지의 관찰에 의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반복되는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한가지의 것에 근거한 독단적인 의견을 지혜롭게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체열 손실률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고려한다는 조건하에 사망 시각 추정을 대강이라도 할 수 있는 사후 체온하강에 대한 신뢰도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볼 수 있겠다. 많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체온하강에 기초한 사망시각 추정에는 여러 오류들이 발생한다. 사후 경과 시간 추정 시 체온을 이용할 때는 다른 현상이나 관찰들과 연관시켜 생각하여야 한다.
Adelson, The Pathology of Homicide, (1974), Thomas, Springfield, Illinois.

과거에는 체온 하강이 평균적으로 시간당 화씨 11/2 도씩, 첫 몇 시간 동안에는 더 빨리, 진행된다는 것이 신성한 규칙(불문율)처럼 여겨졌었다. 이 방법은 부정확했으며 이를 대치할 몇 가지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다. 이 책의 이전 판에서 외부 온도를 고려하여 섭씨 37도부터 하강하는 간단한 계산식을 추천했었으나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어 더 이상 권장하지 않고 있다. Knight, Legal Aspects of Medical Practice, 4th edition, (1987), Churchill Livingstone, Edinburgh.

체온하강을 이용하여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어떠한 방법이라도 모든 영향 요소들을 고려하여 그 기초식을 변형시켜야 한다. 이러한 조정은 매우 독단적이고 단지 경험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추정된 시간을 수사기관에 정확한 것이라고 제공해서는 안 된다. 법의학자가 추정한 상하한치의 시간대를 가지고 사건의 가능성을 재구성하는 데에만 이용되어야 한다. 의사에게 알려진 영향 요소의 숫자와 불확실성에 의하여 그 시간대의 범위가 결정되며 검시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그 범위는 더 넓어지게 된다.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한 시간보다 적은 분 단위의 추정은 쓸모 없는 짓이다. 체온 하강을 이용하여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법의의사가 분 단위로 추정을 한다면 이는 자신의 소견이 매우 우스꽝스럽게 여겨질 수 있어 다른 증언들도 평가절하가 될 수 있다. Polson, Gee and Knight, The Essentials of Forensic Medicine, 4th edition, (1985), Pergamon Press, Oxford.

시체에 발생하는 사후 현상의 순서와 시간은 정확도를 가지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체 현상이 경과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Camps, Lucas, Robinson, Gradwohl's Legal Medicine, 3rd edition, (1976), John Wright & Sons, Brist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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