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검시제도에 대한 검토와 방향 제시

우리나라 검시제도에 대한 법적 검토

김 형태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장, 변호사)

1. 문제점들의 근본원인은 제도에 있다.

법의학이 독자적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형사소송절차의 전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중 일부인 수사과정에서 검찰이나 경찰에 종속됨으로 인해 실체적진실의 발견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권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놓치고 있다.

2. 검시(檢屍)라 함은 검시(檢視)와 검안(檢案) 그리고 부검(剖檢)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보다 넓게는 검시를 토대로 한 감정의견도 같은 개념 속에 포괄 될 수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관련규정으로 단 한 개 문만을 두고 있다. 동 법 제222조에서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가 있는 때에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하여야 하며 검시결과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고 긴급을 요할 때에는 영장 없이 검증할 수 있으며, 검사는 사법경찰에게 위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대륙법계 국가들은 검시제도의 책임과 권한을 소추 기관인 검찰에 두고 있다.

한편 영미법계 국가들은 검시관(Coroner)이라 불리는 검찰과는 별도의 법률가를 임명 또는 선출하여 오다가 최근에는 법의관(Medical Examiner)이라 불리는 의사들에게 그 권한을 부여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국가 소추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독점주의의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에서 별도의 검시관이나 법의관을 두는 것은 전체 사법구조상 허용되기 어렵다. 그러나 의학 비전문가인 검사가 검시제도를 주관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에 있어서 비효율적이고 당사자 대등주의의 일 당사자인 검사에 의해 검시제도가 운영됨으로써 인권보호의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측면에서의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3. 검시 주체의 문제

1) 검시의 주체인 검사는 법의학 비전문가이다.

소극적인 측면에서는 발생 범죄를 놓치는 일이 벌어진다. 검시의 주체인 검사는 법의학의 비전문가이다. 1년에 만 여건 이상이 발생하는 변사사건에서 어느 것이 어떤 점에서 자연사가 아니고 범죄와 관련되어 있는지를 판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변사체 발생보고가 있으면 막연히 '사체를 검시하여 타살혐의가 없으면 사체를 유족에게 인도할 것'이라는 수사지휘를 내리는 것이 검시 행위의 전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타살혐의의 판단은 검안의, 경찰, 119구조대에게 맡겨지게 되고 이에 따라 위장된 범죄의 경우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자연사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시제도를 담보하는 검사는 실제로 검시 및 판단 행위에서 벗어나 있고 실제행위를 하는 검안의, 경찰, 119 구급대는 판단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2) 적극적인 측면에서 범죄행위의 판단을 내림에 있어 비전문가인 검사가 전문적 지식의 부족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경우 사건은 처음부터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인 법의학자가 처음부터 간여하였더라면 마약에 의한 중독사로 판단하고 이러한 방향에서 세밀한 조사를 하였을 사건이 비전문가인 검사에 의해 살인사건으로 판단되고 특정인이 범인일 가능성을 전제로 법의학자에게 의견을 물어 올 때 법의학자는 수사기관이 준 정보만을 토대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법의학을 이해 못하는 법원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가지고 유죄를 선고하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법의학 전문가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간여하였더라면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는 사건들에서 비전문가인 수사관들만이 간여하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수사가 전개되고 그 수사를 합리화시키는 선에서 법의학적 지식을 동원함으로 인해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준 정보를 토대로 조언을 한 법의학 전문가들이 여지없이 논박되고 배척되며, 그 과정에서 진범을 잡을 수 있는 증거들이 모두 소실될 수도 있는 것이다.

4. 검시 또는 법의학자 활용 방법의 문제

앞에서 이미 논해진 바와 같이 비전문가인 검사나 경찰수사관에 의해 사건 방향이 정해지고 법의학적 전문지식은 이를 합리화 할 수 있는지 만을 활용됨으로 인해 실체적 진실발견도 어려워지고 억울한 인권침해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현재 제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다.

아울러 당사자 대등구조의 일방당사자인 검찰 등 수사기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국가기관 이외에 대학 부설법의학교실에까지 검시 또는 감정의견을 의뢰함으로 인해 타방 당사자인 피고인, 그리고 법적 판단의 최종 주체인 법원의 감정 기회를 박탈하는 현 관행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논리 필연적 물리. 화학이 아니고 이들이 종합된 경험 과학인 법의학에 있어 대개의 경우 그 감정결과는 범죄의 증거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데 수사기관이 선점함으로 인해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이에서 더 나아가 확실한 증거다라고 단정하는 오류를 만들어 내는 제도적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5. 검시대상의 문제

현행 검시제도 하에서는 주관자인 검사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그 사체가 범죄에 기인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범죄와 관련 없는 직업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의 경우 그 보상이나 배상을 둘러싸고 사인규명의 필요성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직업병. 산재관련 사망의 경우 단순한 병사 또는 사고사로 사망진단서가 발행되어 종결이 되기 때문에 민사재판에서 그 원인 규명이 어렵고 이는 결국 피해당사자의 불이익으로 돌아가고 마는 경우가 많다. 영미법계 국가의 경우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직업병이나 산재의 경우에도 법의관이 적극적으로 간여하여 구체적 사인 규명을 하고 있다.

6. 정치적 사건의 경우

우리사회는 아직도 의문사라고 주장되는 사건들이 매년 수건정도 발생하고 있다. 군복무나 교도소 복역 중 혹은 노동쟁의나 빈민, 학생운동과 관련하여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주장되는 사건에서는 거의 어김없이 부검을 둘러싸고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검사를 주체로 하는 현행 검시제도보다 객관성이 담보되는 한시적 합의제 기구를 구성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만하다.

7. 의학 비전문가인 법률가의 입장에서 구체적 대안을 내는 것은 역부족이고, 다만 이런 논의를 토대로 좀더 본격적인 대안 검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만족하고자 한다. 대략의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첫째로 현재 우리사회가 처해있는 상황에 비추어 법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그들의 지식과 이론이 상호 비판 검증되어야 한다.

둘째로 법의학자들이 보다 독립된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형사소송절차에 간여하여 검찰의 검시 책임을 실질적, 전문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로 수사과정에 참여하는 법의학자들 이외에도 피고인,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법의학 기관들이 존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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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과 미국 법의관의 차이가 미국에서 법의관을 지냈던 박희영 법의관이 강연한 내용에서 잘 설명이 되어있다.

원래 법의관은 영국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변사체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이 필요 되는데 이에 의사들이 일일이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에 경찰 중에서 일부를 선택하여 법의학 관련 지식을 훈련시켜 특수 임무를 부여받은 데서 시작되었고, 이들을 코로나(Coroner)라고 불렀다 합니다. 코로나의 어원은 영국의 왕실에 충성을 한다는 의미로 왕실의 상징인 왕관을 의미하는 크라운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지역적으로 하루에 수십 건의 변사체가 발견되어 이들의 범인을 색출하는 데 우선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구별해야 하며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감정해 내는 개인 식별도 중요한 부문입니다.

미국에서의 법의관은 그 동안 의사들이 경찰의 업무에 개별적인 자문을 해오던 것을 체계적으로 법의학을 교육, 훈련받은 사람들을 양성해서 각 주마다 법의관실을 두고 주에서 일어나는 변사사건을 법의학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국에서는 군 지역마다 경찰이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 중에서 공의로 위촉하여 변사체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으며, 정부기관으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설립되어 전문적인 법의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법의관과 한국의 법의학자들과는 그 역할이 대동소이합니다만 독립성에 있어서는 크게 다른 것 같이 느껴집니다. 법의관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부병리를 전공해야 하며 거기에다 법의학이라는 특수 교육을 받아야 전문가로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법의관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서 법의관들이 주로 부검업무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보통 하루에 8건 이내의 변사체를 부검해야 한다 하니 그들의 업무가 얼마나 과중한지 알 수 있습니다. 부검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감정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격무에 시달려서 그 외의 다른 업무에는 눈 돌릴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법의학이란 사망의 종류 즉, 자살, 타살, 사고사인 지 아니면 자연사인 지를 규명하는 학문인 것입니다. 현재 선진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는 총 500 명 정도의 법의학자가 활동중이나, 사고 건수에 비해 법의학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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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경 사건' 후 검찰이 제시한 검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994년 3월)

1. 우리나라 검시제도상의 문제점

경찰의 변사사건 발생보고의 정확성 문제

- 보고내용만으로는 타살혐의의 유무나 관련 증거자료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부족하고 - 또한 보고서 기재내용을 충실하게 기재하지 아니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여 그 정확성이 문제로 되고 있음.

검시관계자의 자질문제

- 검사 및 사법경찰관의 업무가 폭주하고, 검시전문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실정임.

- 검사 및 사법 경찰관이 검시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밀한 검시를 위한 필요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함.

- 그뿐만 아니라 의사가 사체검안서를 작성하고는 있으나, 의사들조차 관련지식이나 경험, 책임감 등이 부족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음.

사체 부검 시행상 문제점

-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소속 검시의 8명이 1인 당 년간 400-500구의 변사체를 부검하고 있어서(91년 기준) 그 업무량이 과다하고, - 대부분의 지방도시는 그 지역 의사를 공의로 의뢰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본연의 의료업무 수행도중에 검시나 부검을 실시하고 있어서 검시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임.

2. 우리나라 검시제도 개선방안

점진적 개선방안

- 검사 및 사법경찰관리에 대하여, 법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진이 법의학이론이나 실무교육을 강화하고

- 의과대학에 법의학과를 개설하거나 증설하는 한편, 법의학 교육시간을 대폭 늘려서 훈련된 법의전문의를 양성, 배출하여야 함.

- 그래서 양성된 법의 전문의를 촉탁으로 확보하여 이들을 점차 각급 검찰청에 검시담당관으로 채용함이 상당함

근본적 개선방안

- 장기적으로는 현행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훈련된 법의전문의에게 검시권한을 부여하는 미국식 전담검시제(Medical Examiner)나 영국의 검시관(coroner)제도를 채택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사항임.

- 그 시행 가능 여부는 현행 형사소송법체계상의 검시제도의 개선과 법의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한 의학교육의 획기적인 개선,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할만한 예산의 확보에 있다고 하겠음.

결국 검시제도는 우리사회에 관련되는 각 분야에서 검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권보장에 관한 의식이 고양되어야만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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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가톨릭 의대 법의학 교실의 강신몽 교수가 국과수 소장 시절(1996) 발표한 우리나라의 검시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 제222조(변사자의 검시) 제1항에는 '변사체 또는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가 있을 때에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하여야 한다'. 제2항 '전항의 검시로 범죄의 혐의를 인정하고 긴급을 요할 때에는 영장 없이 검증할 수 있다.' 제3항,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전 2항의 처분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우리나라의 현행법에는 검시의 책임자를 검사로 하고, 경찰로 하여금 이들의 업무를 보좌하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검사를 검시의 책임자로 정한 근본 취지는 이 땅에 생을 영위하는 국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일이 없게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의사라는 전문 직업인으로 하여금 검안과 부검을 담당케 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행위가 자의적으로 행사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부검 시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변사 사건에서 산 자나 죽은 자나 어느 누구 하나의 인권도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법적 규정은 검시의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의 검시 현실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가. 신속성이 있는가? : 변사 처리의 복잡성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파출소에 신고되고 파출소의 경찰관은 상급 기관인 경찰서에 보고한다.

경찰서의 경찰관은 지역의 의사를 대동하여 현장이나 변사체가 이송된 병원 등에서 검안을 실시하며, 현장조사와 수사를 병행한다. 의사는 사체검안서를 작성하고 경찰관은 변사발생 보고서를 상급지방경찰청과 관할 검찰청에 보고하며, 이 때 경찰의 의견을 첨부한다.

검사는 보고 내용을 검토하여 직접 검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현장에 나가 다시 시체를 살펴보고 현장을 확인한다. 그러나 대부분 경찰의 보고서에 의존하여 부검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시체는 소정의 절차에 따라 처리되며, 부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부검을 시행하라고 경찰에 지시한다. 경찰은 시체의 사진, 사체검안서, 관계자 진술조서 등을 일건 서류로 꾸며 검증 영장 신청서를 검찰에 송부하고 검찰은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며, 영장을 발부 받은 검찰은 직접 또는 경찰을 통하여 의사를 선택하여 부검을 의뢰하게 된다. 이 때 부검의뢰서를 작성하게 된다. 사건이 발생하고 부검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 일반적으로 48시간 내지 72시간이 소요된다.

나. 전문성이 있는가? : 검시의 책임자를 비롯한 검시종사자의 비전문성

위에서 말한 변사처리의 복잡성을 차치하고라도 더욱 큰 문제점은 검시책임자인 검사가 정확하고 적절한 검시의 업무를 완수하기에는 제도적,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며 명확하다.

첫째는, 검시의 책임자인 검사가 검시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검시책임자인 검사가 검시전문가가 아니라면 검시전문가로 하여금 검사를 보좌케 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검시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검시의 모든 업무가 전문적 지식과 광범한 경험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법률에 검시의 책임자를 명시하고 있는 이유가 변사사건을 상식 선에서 판단하여 처리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경찰 역시 검시조사를 전담하는 요원이 없을 뿐 아니라, 검시조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학 및 법의학 지식이나 경험, 검시의 목적에 합당한 조사와 자료를 취득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연자는 법의실무를 다루면서 검사나 경찰관 중 법의학에 대한 폭 넓은 식견을 가진 인사들을 가끔 만나기는 한다. 그러나 이들은 조직 및 계급사회의 일원으로 검시의 전담자가 아니고, 승진·전보 등으로 검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며 검시에 실제로 임하는 사람들은 자꾸 바뀌고 있다.

또한 검안을 하는 의사이건 부검을 하는 의사이건 이들에게 검시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등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면허를 가진 사람이면 되며, 소위 검안의 및 부검의라 부르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검시는 검찰의 책임 하에 경찰 및 검안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들 중 누구도 검시전문가가 아닌 것이다. 또한 개인에 따라 어느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지녔다 하더라도 검시 전반에 걸친 것이 아니고 일부에 국한된 경험과 지식이 고작인 것이다.

다. 통합성이 있는가? : 검시조사와 부검의 괴리

우리나라에서는 사인을 결정하고 시체소견을 해석하는 것은 검안이나 부검을 담당한 의사가, 사망의 종류와 검시조사에 대한 해석은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일차적으로 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망에 이른 상황이나 현장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모르고 시체만 보거나 부검실에 옮겨진 시체만 부검하여 사인을 진단하거나 시체 소견을 충분히 해석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러한 경우에 결론에 도달하려고 하면 무리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검안의·부검의는 자신의 의견을 숨기려 하고 적극적인 해석을 기피하기 때문에 진실에 접근하는 결론에 이를 수 없게 된다. 이는 마치 임상의사가 환자의 병력을 모르고, 또 이에 따른 적절한 진찰이나 검사를 하지 않고 병명을 진단하려는 경우와 같기 때문이다. 경찰도 시체의 소견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는 그것이 타살인지,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마치 병명을 정확히 진단하지 않고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비전문적이나마 검시조사를 하여 검찰에 넘기고, 검안의나 부검의 역시 비전문적이나마 시체를 검안 또는 부검하여 시체에서 발견한 소견을 검찰이나 경찰에 제시하게 된다.

결국, 미비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자료로 검시책임자인 검찰이 검시의 결론을 내려야 하며, 사건이 재판에 이어졌을 때에는 이러한 자료를 넘겨받은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검찰이나 법원에 이러한 통합성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검시의 전문가가 아닐 뿐 아니라 판단의 기초자료에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잘못되는 경우에는 살인자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후일 문제가 되었을 때는 서로 책임을 전가한다. 즉 경찰은 '검안·부검소견이 뒷받침이 안되었기 때문에',검안의·부검의는 '그러할 가능성은 있지만 수사가 어떻게 돼 가는지도 모르는데 가능성만 가지고 내가 왜 쓸 데 없는 책임을 지나'하며, 검찰은 '경찰이나 의사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로는 근거가 부족해서', 법원은 '입증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하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반대로 경찰은 '검안·부검의가 이러한 말을 하였기 때문에', 검안의·부검의는 '그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내가 언제 확실히 그렇다고 하였는가' 하며, 검찰은 '경찰이나 의사로부터 넘겨받은 자료가 그러하였기 때문에', 법원은 '수사기관의 수사와 의사의 전문적 견해가 일치하였기 때문에', 하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아니 책임을 지거나 지울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라. 독립성이 있는가? : 독자적으로 검시조사가 불가능

우리나라에서 검시, 특히 부검의 독립성 역시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즉 변사 사건을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하고 그들에 의하여 선정된 검안의·부검의가 검안·부검을 한다는 것은 검시가 수사에 종속됨으로써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즉, 수사기관이 제시한 자료가 미비할 뿐 아니라,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체의 소견을 해석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으며, 제시한 자료가 사실과 어긋날 때는 판단에 착오를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경우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검안·부검 소견과 어긋나는 것은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으나, 수사기관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 더구나 공권력이 개입된 죽음의 경우, 그 결과야 어떠하든 간에 불신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문제점 이외에도 검시가 수사에 종속되어 범죄 또는 그러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부검을 시행하기 때문에 영아 사망에 대한 연구, 시신, 장기 및 조직의 기증, 전염병의 역학조사, 외상의 검토, 직업병의 검토, 보험의 처리, 대량 재해의 개인 식별 등 사회적 봉사기능은 전무하거나 극히 제한되어 있다. 즉, 신속성·전문성·통합성 및 독립성의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검시제도 세미나, 강신몽, 1996


우리나라 현장검시의 개선점을 강신몽 교수가 수사연구 2000년 10월 호에 발표한 내용이다.

하루아침에 선진국의 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과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국가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어렵지 않게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방안을 두 가지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현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학과 기능을 검시관사무소로 분리시켜 현장검시를 담당시켜야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현장검시에 대하여 충분한 실무경험을 가졌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현재 그들보다 우월하거나 그들을 대신할 전문가는 없다. 사무소의 책임자는 법의전문가가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관이든, 검사든, 선거직 공무원이든, 행정 공무원이든 간에 법의학을 비롯한 법과학의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검시관 사무소는 수사로부터 독립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우선 현실적으로 변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군은 헌병대)이나 검찰(군은 군검찰)에 소속되는 것도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법의의사들이 모든 변사사건에서 현장검시를 하는 것은 시간적, 경제적으로 곤란한 만큼 이들을 보좌하여 모든 변사현장에서 검시를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법의의사를 호출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여야한다. 이러한 인력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근무하는 부검지원 인력에게 수사 및 법의학적 조사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경찰 등 수사관에게 일정한 기간동안 집중적인 의학 및 법의학 교육을 시킴으로써 어렵지 않게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변사 사건의 검시조사와 부검을 일관성 있게 전담하고 이를 평생의 업으로 하는 기구와 직종이 만들어져야만 한다.

단순수치로 비교할 때 필자가 있던 200만 인구의 San Diego County에 법의(보좌)관이 7명, 검시(법의)조사관이 15명이며 다른 지역도 대동소이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는 법의전문의가 약 150명, 검시조사관이 약 300명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현재 인력으로 부검을 시행하면서 전국의 현장검시를 시행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가능한 범위의 인력을 보충하여서 일부지역부터라도 시작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본소는 신월동에 위치하고 있는 바, 서울과 경인지방의 몇 개 지역을, 남부 분소는 부산의 일부지역을, 서부 분소는 광주의 일부지역을, 중부 분소는 대전의 일부지역을 설정하여 현장검시를 우선 시행하고 이를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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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여 보면 대한 민국 검시제도의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다고 하겠다.

1. 현장 검시 개선 방향 (강 신몽 법의학 교수, 2000)

첫째는 현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학과 기능을 검시관사무소로 분리시켜 현장검시를 담당 시켜야 한다.

둘째, 법의의사들이 모든 변사사건에서 현장검시를 하는 것은 시간적, 경제적으로 곤란한 만큼 이들을 보좌하여 모든 변사현장에서 검시를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법의의사를 호출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여야 한다.

2. 검시 제도 개선 방향 (김 형태 변호사, 1996)

첫째로 현재 우리사회가 처해있는 상황에 비추어 법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그들의 지식과 이론이 상호 비판 검증되어야 한다.

둘째로 법의학자들이 보다 독립된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형사소송절차에 간여하여 검찰의 검시 책임을 실질적, 전문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로 수사과정에 참여하는 법의학자들 이외에도 피고인,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법의학 기관들이 존재하여야 한다.

3. 우리나라 검시제도 개선방안 (김순경 사건 후 검찰, 1994)

점진적 개선방안

- 검사 및 사법경찰관리에 대하여, 법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진이 법의학이론이나 실무교육을 강화하고

- 의과대학에 법의학과를 개설하거나 증설하는 한편, 법의학 교육시간을 대폭 늘려서 훈련된 법의전문의를 양성, 배출하여야 함.

- 그래서 양성된 법의 전문의를 촉탁으로 확보하여 이들을 점차 각급 검찰청에 검시담당관으로 채용함이 상당함

근본적 개선방안

- 장기적으로는 현행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훈련된 법의전문의에게 검시권한을 부여하는 미국식 전담검시제(Medical Examiner)나 영국의 검시관(coroner)제도를 채택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사항임.

- 그 시행 가능 여부는 현행 형사소송법체계상의 검시제도의 개선과 법의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한 의학교육의 획기적인 개선,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할만한 예산의 확보에 있다고 하겠음.

결국 검시제도는 우리사회에 관련되는 각 분야에서 검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권보장에 관한 의식이 고양되어야만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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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김순경 사건?

1992년 11월29일 아침 서울 관악구 모 여관 203호에서 18세의 카페 종업원 李모양이 목이 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를 신고한 사람은 그날 새벽 3시반쯤 李양과 이 여관에서 함께 투숙했던 K씨였다. K씨는 오전 7시쯤 혼자 여관을 나가 인근의 직장에 출근했다가 오전 10시쯤 李양을 깨우기 위해 여관방에 돌아와 보니 李양이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씨는 범인으로 지목돼 구속됐다. 검찰이 내세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그는 숨진 李양과 함께 투숙한 사람으로 밤새 같이 있었다. 오전 7시에 나간 것은 인정되지만, 직장에 나갔다가 여관방에 李양이 있는지 전화로 확인도 해보지 않고 구태여 李양을 깨우기 위해 10시에 돌아왔다는 게 어색하다. 또 李양이 결혼해달라고 졸라 갈등이 있었고, K씨가 李양이 밴 자신의 아이를 낙태하게 한 사실까지 있는 K씨가 여관을 나간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여관에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여관 문이 아닌 창문 등으로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은 없다. K씨는 투숙 당시 여관 주인에게 아침 8시에 인터폰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주인이 실수로 7시에 인터폰을 했지만 K씨는 즉시 응답했다.

그가 이미 깨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월간 조선 99년 2월)

1. 경찰 수사

92. 11. 29. 10.40 xx서에 신고

92. 11. 29. 11:00 검사 변사지휘(서울지검 이00검사, 부검 지휘) 및 변사체 압수수색영장 청구 92. 11. 29. 14:30 현장 감식(서울 경찰청 강력계 경위 김00) 92. 11. 29. ~ 11. 30. xx서, 김순경을 용의자로 지목

용의자 지목 이유

피해자와 함께 투숙했고, 사체 발견자이며, 결혼문제로 다투었으며, 목이 졸린 흔적이 뚜렷한데도 자살로 허위신고

92. 11. 30. 변사체 감정의뢰 및 지문감식의뢰

92. 11. 30. 13:30 검사 직접검시 및 부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92. 11. 30. 김순경 범행 자백

자백 요지

죽은 이양이 앙탈을 부려서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누르자 질식하여, 인공호흡 시도했으나 사망했다는 내용.

92. 12. 2. xx서, 김순경을 서울 경찰청으로 신병인도 92. 12. 2. 부검 후 사인감정결과회보(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이00) 92. 12. 4. 사체현상에 의한 사후경과 시간 질의 및 회신(서울 경찰청 김00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00) 사망추정시간: 92. 11. 29. 03:00 - 05:30 사이로 추정 92. 12. 4. 김순경 구속 (서울지검 박00 검사)

2. 검찰 수사

92. 12. 11. 폭행치사로 구속송치 (서울지검 김00 검사) -- 범행 부인 92. 12. 12. 범행 현장 지문 감정 -- 지문 식별할 수 없어 감정불능 92. 12. 1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감정결과 회보 -- 사인은 액사 92. 12. 26. 4회에 걸쳐 피의자 신문

92. 12. 28. 수표 추적 수사

92. 12. 28. 감정 결과 추가 회보 -- 정액 반응 검사 결과 92. 12. 29. 구속 기소 (살인죄로 적용)

3. 재판 상황

93. 5. 27. 제1심 선고, 징역(구형, 무기징역) -- 검사, 피고인 쌍방항소 93. 9. 28. 항소 기각

93. 12. 3. 대법원 계속 중 진범 검거(서00)

93. 12. 16. 대법원의 구속취소로 석방

94. 1. 28. 대법원 파기환송

(검찰청에서 1994년 3월에 작성한 김순경 사건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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