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이 은총인 까닭은?
조군호 요셉 | 신부·본지 편집인
사순절은 우리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합당하게 준비하는 40일의 특별한 시기입니다. 우리 구원이 주님의 죽으심, 부활하심을 통해 이룩되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주님으로 신앙하는 예수님이 가신 길은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가르침 역시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마르 8, 35)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인간 본성의 눈으로 보거나, 살려는 생명의 보존본능에 입각해 바라볼 때 수긍할 수 없는 길입니다.
그러나 세상과 인생을 바라볼 때 또 다른 비상구가 있는 것도 아닌 듯합니다. 세상에는 부조리와 불평등이 가득합니다. 죄악으로 인한 어두움뿐만 아니라 무고한 고통이나 재해도 빈번합니다. 더욱이 인간의 행복 추구는 언제나 미완성임이 분명합니다. 죽음으로 인생의 모든 소망은 차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인생의 행복과 완성을 위한 구원은 어디서부터 가능한 것입니까. 인간의 구원은 자신으로부터가 아닌 외부로부터 깃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렇듯 세상 안에서 절망을 넘어 예수님이 가신 길이, 그분의 가르침이 구원의 길이요 행복의 길임을 믿고 따르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입니다. 그것은 곧 하느님께서 예수 안에서 창조사업과 구원사업을 완성하셨음을 믿고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이 인간 구원을 위한 하느님 은총의 길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은총은 우리의 본성을, 행복하게 살려는 생명의 보존본능을 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해마다 맞이하는 사순절은 뜻깊은 시기입니다. 평소에 우리 자신이 추구하던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고 우리 자신의 생활방식이 어떠했는가를 되돌아 볼 때인 것입니다. 더욱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며 내 본성, 내 욕심을 참된 생명과 구원을 위한 에너지 곧 은총으로 대체해야 하는 거룩한 시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