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검시제도


전통적인 검시관 제도는 영국에서 기원된 것으로 왕에 의하여 임명된 관리인 검시관이 변사의 현장조사에서부터 부검의 결정, 증인의 심문, 범인의 체포 및 재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죽음을 처리하는 제도이다.

1) 검시관 coroner

과거의 검시관은 현재보다 직무범위가 훨씬 넓었으며 성격도 달라 검시업무는 검시관 업무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즉 과거의 검시관은 재정확보를 위하여 중앙에서 작지방에 파견되어 지방장관을 감독 독려하여 세금을 징수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였다.

이러한 주임무 외의 부업무로서 또는 재정확보의 일환으로 자살자 또는 유가족이 없는 사망자의 재산을 국고에 납입시키는 한편 변사체를 검사하여 사망의 원인을 판단하며, 살인사건의 경우 살인자를 구금하고 재판하여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또는 벌금을 징수하여 국고에 납입시키는 등의 일을 하였다. 국가는 검시관이 검시업무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은 변사체를 발견하였을 경우 검시관에게 즉시 보고토록 하였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였다.

1846년에는 Coroner's Society(검시관 학회)가 창립되었고 1887년에 Coroner's Act(검시관 법령)가 선포되었으며 이 법은 검시관의 역할을 왕실을 위하여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이익을 위하여 사망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명문화하였다. 이런 사회의 이익이라는 명문규정에 의하여 죽음이 과거에는 사고사, 자살 또는 살인 등 사회적 목적으로만 구분되던 것이 의학적 견지 특히 공중보건학적 통계자료의 수집이라는 면도 고려하여 분류하게 되었다.

즉 검시관 법령이 발효됨으로써 근대적 의미의 검시관이 출현된 것이며 업무적으로 전문화 되었다. 그 후 거의 100년이 지나 1977년과 1980년에 형법, 검시관법 및 검시관 규칙이 개정되어 검시관의 권한이었던 살인자를 구금할 권한, 시체를 필수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권리가 삭제되었으며 증인에게 출두를 명하여 구두증언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서면증언으로 대신할 수 있고, 범죄와 관련된 죽음의 경우 검찰에 사안을 이첩하도록 됨으로써, 그 권한이 과거보다 축소된 상태에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부검실무면에서 보면 검시관은 법의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부검은 각대학의 법의학교실의 교수나 병리학교실의 법의학 전공교수에게 의뢰하여 그 결과를 보고 받는다.

그러나 England(잉글랜드)와 웨일즈의 경우 법의학교실이 설치된 곳은 리즈대학 한 곳 뿐이며 다른 대학은 독립된 교실이 없이 법의학 교수를 채용하고 있고 북아일랜드의 경우도 퀸 대학에 법의학 교실이 있을 뿐이다. 더우기 이들 법의학교수들은 부검업무와 더불어 연구와 교육에 종사하여야 하므로 검시관이 검시에 만전을 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검시관들은 급사, 자살, 교통사고 등 범죄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검은 보건성 산하병원의 병리의사에게 의뢰하며 실제로 이들이 담당하는 부검례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와 관련이 되었거나 그러한 의심이 있는 경우는 대학의 법의학교수나 사법부검에 경험이 풍부한 병리의사인 내무부 병리의사(Home Office Pathologist)에게 의뢰한다.

이렇게 대학의 법의학교수, 병원의 병리의사를 검시업무에 모두 동원하여도 사망의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찰공의(police surgeon)를 인구 10만명당 1인을 임명하여 현장에 참여시키고 있다.

2) 경찰공의 police surgeon

경찰공의는 지방 경찰관서와 계약하에 전술한 바와 같이 사망현장에 참여하여 검시를 돕는 역할과 아울러 생체에 대한 법의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찰공의라는 용어는 자칫 경찰의 건강을 위하여 활동하는 것으로 오해되기 쉬워 그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경찰공의는 대부분 일반의료를 시행하는 가정의로 활동하면서 일면 경찰업무를 지원한다.

그들의 업무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음주운전의 의심이 있는 경우 호흡 스크린 검사를 실시하고 여기에 양성으로 반응하면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므로써 그 결과에 따라 해당차량을 방면할 것인가 또는 유치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또한 음주 운전으로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운전자의 손상과 질병을 검사한다.

둘째의 의무는 강간피해자를 검사하는 것이며 셋째는 전술한 바와 같이 사망현장의 조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경찰공의제도는 검시의 원활화라는 측면외에 생체에 대해서도 비교적 전문적인 법의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의 자격에 대해 과거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근래에 와서는 경찰측에서 법의학 면허(Diploma in Medical Jurisprudence)를 요구하는 경향이라고 한다.

법의학 세미나, 1992, 문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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