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7월 3일 작성한 회보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이정빈
본 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후 시체변화는 사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시체가 굳어지는 현상인 시강이다. 비디오에서 보면 욕조에서 시체를 드러낼 때 몸통 전체에서 아주 강한 시강이 관찰되고 다리와 팔을 펼 때 시강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손가락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관찰된다. 또 6월 13일 10:40 부검당시 시강이 거의 소실되었다고 하므로 시체 발견 후 시강의 정도와 부검시까지 시간 경과를 감안하면 시강을 인위적으로 소실시킨 이후에 재경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편, 시체는 욕조물에 잠기어 있었기 때문에 두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욕조에 채운 물이 처음 뜨거웠을 경우와 찬물일 경우다. 처음 물이 뜨거웠다면 시강은 실온에 비해 더 빨리 진행되었을 것이고 차가웠다면 더 천천히 진행되었을 것이다. 시체 처리과정에서 표피가 벗겨지거나 진무르는 현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처음 욕조에 더운 물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욕조의 물 온도가 피부가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은 3가지 현상 즉 완전한 시강 형성 및 인위적 소실 이후 재경직이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 근거와 물이 뜨거웠다고 하더라도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시체현상을 감안하면 경험적으로 본 건 시체(최수희)의 사후 경과시간은 비디오 촬영당시(11:35)를 기준으로 7-8시간은 넘었을 것으로(최소한의 개념임)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