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정한 부자인가

인천교구선학동협의회

선학동 성당에는 주간에 모임을 갖는 참빛반과 야간에 모임을 갖는 등불반이 있습니다. 두 협의회는 매월 마지막주에 통합회합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말경 본당지역 가정1동 사무소에서 사회복지 담당자로부터 미성년 자녀 2명을 둔 52세된 이혼한 독신자가 간암이 재발되어 죽어가는 상태라는 연락을 받고 인하대 병원으로 달려가니 이미 뇌사 상태로 있었고 가족이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사망하였습니다. 우리가 시신을 인수하러 병원으로 가보니 어떻게 연락을 받고 왔는지 아들과 딸이 와 있었습니다. 아들은 19세 딸은 18세로 수원에서 산업체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어린것들이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 쩔쩔 매는 것을 보니 가슴이 미어져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친척이나 다른 가족이 없느냐고 물어보니 큰댁이 있는데 큰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큰어머니와는 왕래를 안 한지 오래되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이혼한 어머니와 연락이 된다고 하기에 어머니한테 연락을 하도록 해 놓고 시신을 인수하러 병원 원무과로 달려가 원무과 직원과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문제가 발생했지 뭡니까. 다름이 아닌 금전적인 문제지요. 우리는 원무과장을 만나 천주교 빈첸시오라는 단체에서 나왔는데 가족이 없는 사망자를 우리 단체에서 장례를 치뤄 주기 위해 왔노라고 했더니 뜻밖에도 "그렇게 좋은 일을 하시는데 저희들이 큰 도움은 못 드리더라도 방해는 하지 말아야죠." 하시면서 시신을 우리들에게 인계해 주셨습니다.

시신을 인계 받고 곧바로 화장터로 향하려고 장례절차를 알아보니 사망한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매장 및 화장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하는 수 없이 하루를 더 지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본당내 장의사를 경영하시는 분의 도움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운구 절차를 끝내고 있는데 사망자의 이혼녀와 남편이 오더군요. 몇 마디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사람 됨됨이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혼녀는 최소한의 성의를 표한다며 과일이며 몇 가지 제사상을 마련해놓고 아이들에게 절을 하라고 시켜놓고는 눈시울을 붉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종교에 대해 모르고 지냈는데 천주교에서 이렇게 까지 해 주시니 정말로 고맙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는 기회가 닿는다면 천주교를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순간 정말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일시에 사라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4월이라고는 하지만 기온이 상당히 높아 여름날씨 같아서 하루가 지나고 시신을 입관절차를 하는데 정말 놀라웠습니다. 사람이 죽어 부패하면 이렇게 되는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부패가 심각하였답니다. 장의사 하시는 분의 말씀으로는 지금까지 많은 시신을 만져보았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 그 다음 일은 형제, 자매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아무튼 시신을 화장터로 운구하여 장례절차를 밟는데 아이들의 큰어머니와 몇몇 친척들이 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지요. 최소한의 장례비를 내 놓아야하지 않겠느냐고요. 그랬더니 하나씩 둘씩 어디론가 가버리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정말로 허탈 하더군요. 우리네 상식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죽어도 조의금을 낼 텐데 말입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회장님이 아이들한테 나쁜 길로 빠지지 말고 올바르게 잘 살라고 하시면서 기회가 닿으면 천주교에 입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본당에 돌아와 보니 사망자가 살던 방에 있는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탁기와 냉장고등 쓸만한 것은 대상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 외의 것은 폐기 처분하였습니다. 이번 일은 건강보험공단 장례금 50만원과 우리 협의회기금 40만원 및 장의사에서의 봉사와 협조아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독거 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대상자를 모시고 야외 나들이 한 행사입니다. 나들이 행사를 처음으로 시작하던 해에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으로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본당을 출발할 때에는 좋았던 날씨가 막상 도착할 때쯤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하는 수 없이 목적지를 바꿔 강화도 가톨릭 신학대학교로 갔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대상자들이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4인 1조가 되어 커다란 비닐의 네 귀퉁이를 잡고 가운데에 대상자를 모시고 가톨릭 대학교 지하강당에 전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회원들은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 꼴이되지요.

점심 식사 후 오락시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여러 가지 게임도 하고 여흥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한 할아버지는 대화 중에 중풍으로 쓰러졌는데 10년 동안 밖에는 한번도 못 나가 봤는데 이렇게 내가 밖에까지 나와 야외 나들이까지 나올 줄 몰랐다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며 빈첸시오 회원들에게 두 번 세 번 거듭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행사는 가톨릭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답니다.

저희 본당에서는 매년 1회 독거노인 및 거동이 불편한 대상자를 모시고 야외나들이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남양성모성지순례와 아산온천을 다녀온바 있습니다.

또한 4일간에 걸친 대상자 가정의 상하수도를 고쳐드렸던 일도 생각납니다. 빈첸시오 회원 여러분 무더운 여름날 좁디좁은 집안에서 땅을 판다는 것을 상상해 보셨습니까? 정말로 땀이 비오듯하고 탈진하기 일보직전이었지요. 기술자도 없고,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4일만에 겨우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지만 회원들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회원들이 고생한 보람이 있어 100만원은 족히 들었을 공사비를 우리 회원들이 힘을 합쳐 해 낸 것입니다.

독거노인이나 병고로 고통받으시는 대상자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결코 그분들의 모습이 10년 또는 20년 후의 나의 모습이라 생각할 때 소홀히 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남을 위하고 도와야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그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 바로 빈첸시오 회원들의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 본당에서는 매월 둘째 주일날 사랑의 모금을 실시하여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간접적으로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할 지라도 움켜쥐고 쓸 줄 모른다면 그 사람을 누가 어찌 부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진정한 의미에서 부자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주는 사람입니다.

도대체 사람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양이나 내가 확보하고 있는 권력나 명예 따위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남을 위해 살기 위해서는 남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행복은 사랑 속에 있고 사랑 속에서 행복이 나옵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한 삶을 원합니다. 그것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 지는가를 모릅니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 때 행복이 움튼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