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청주교구서운동 성모성심 빈첸시오회 박영순
1999년 가을에 문화동 부녀회장으로부터 주민등록 등본 1통을 전해 받았다. 그때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형제를 외할머니께서 돌봐 주고 있었는데 사정은 이러하였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머니를 구타했고 그것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친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피신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부인을 내 놓으라며 협박을 하고 식칼로 처조모를
찌르고 두 아이를 빼앗아갔다. 그 후 처조모는 고생을 하시다가 돌아가셨고, 부인은 별거를 시작하였다. 젖먹이
였던 주호는 거리에 버려졌고, 아버지와 정상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 후 아버지는 결국 알콜 중독으로 죽게 되었고, 큰 아버지와 친지들도 거의가 알콜 중독과 범법자들로
성실한 생활자와는 거리가 먼 형편이었기에 수호를 맡아 양육할 형편이 되지 못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수호를
찾아온 엄마는 아이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지만, 둘째 아들 주호를 찾을 길이 없었다. 경찰서와 파출소, 주위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한 끝에 고아원에 가 있는 주호를 찾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주호를 찾고 얼마 되지 않아 통증을 참아가며 파출부로 다니던 주호 엄마가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말기 암 이라는 판정을 받아 두 형제만 남게 되었다. 딱한 처지에 있는 두 외손주를
돌보게 된 외할머니의 호소를 듣고, 우리 성모 성심 빈첸시오 회원들은 번갈아 가며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대신하기로 결심했다. 수호와 주호는 우리가 방문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였으며, 다음에 또 오라는 부탁까지
잊지 않았다.
그런데 주호는 부모사랑을 모르고 자란 탓인지, 주위가 산만하고, 도벽까지 있어 초등학교 생활도 적응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수업시간에도 운동장을 돌아다니고 말성을 피우기 일쑤이며, 아침에 학교를 가면 귀가할
줄을 모르고 산으로 들로 또는 거리로 쏘다니며 친구들과 잘 어울지 못했다. 저녁때가 되면 할머니가 사방을
돌아다니며 주호를 찾아와야만 했다. 주호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지 못하고, 몸을 비틀며 항상 쫒기는
듯 불안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 회원들은 생활비와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품과 옷이며 학용품등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가며 번갈아 방문을 계속하였다. 말썽을 피우던 주호가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할 때 할머니 말씀을 잘
듣기로 약속을 하면서 주호가 할머니 말씀을 잘 따른 날에는 달력에 표시를 하여 10일이 넘으면 선물을 주기로
하고, 방학이면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골라 선물하고 다음 방문 때는 책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츰 정이 들기 시작하였다.
2000년도 부활절에는 두 아이와 함께 할머니께서 교리를 받고 함께 영세를 받은 후 매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다. 올해 수호는 청주 남중을 졸업하고, 청주 컴퓨터 고등학교에 합격 통지서를 받아서 세 식구는 매우
기뻐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하여 할머니께 효도하고, 동생을 잘 보살피고 자기와 같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
주위가 산만했던 주호는 열심히 주일 학교를 다니면서 신부님과 수녀님의 사랑과 배려로 복사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 학생이 될 형 수호는 매우 의젓하고 인사성이 밝으며, 동생을 사랑하는 청소년으로 변했으며,
동생 주호는 할머니 말씀도 잘 듣고 형을 잘 따르는 명랑한 아이로 변하여 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돌보아 주기로 다짐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청주교구 서운동
성당에는 성모성심, 예수성심, 황석두루가 협의회가 있으며 사례발표를 한 성모성심 협의회는 활동회원 10명이
명예회원들과 은인들의 도움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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