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라

한강성당

함태원 이냐시오

성서에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 주신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새가 날아다니며 벌레와 짐승이 기어다니고 움직일 수 있을 때에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고 잠 잘 곳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사람은 늙거나 병들어서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때에는 누군가가 돌봐주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잠 잘 곳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여주에 있는 라파엘의 집은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 중복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수녀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돌보는 곳이다. 문경의 베론 성지 부근에는 자신도 불구이면서 지체, 정신박약아를 수십명씩 돌보는 살레시오의 집이 있다. 보행이 불편한 살레시오 형제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성당을 쫓아다니며 일용품 장사를 하여 모은 돈으로 그들을 먹여 살리는 곳이다. 굳이 꽃동네의 최귀동 할아버지의 거룩한 뜻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500년 전의 빈첸시오 성인의 삶을 이제 살고있는 분들을 수 없이 많이 보아오고 있다. 얻어먹을 능력만 있어도 은총이라 했던가? 특별히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형편에 처한 사람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가며 산다는 사실은 분명 주님의 모습을 닮으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가슴이 우리를 즐겁게하며 심금을 울리는 일이어서 감정이 무딘 나에게도 깊은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던 것 같다.

황인국 마태오 몬시놀께서 우리 한강 성당에 부임하시면서 본당에 빈첸시오회가 없음을 아시고 몹시 아쉬워하신 적이 있다. 그러던 차 사목회 사회복지분과에서 빈첸시오회를 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뜻을 같이하는 별별 교우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주: 1976년 본당 빈첸시오회가 설립되었으나 그후 활동이 없어지고 말았던 것 같다.)

작년 4월 본당 빈첸시오회 재 설립이래 활동회원(혼성) 11명과 명예회원 140여명으로 우리 모임이 구성되어 있다. 독거 노인등 20개 가구를 돌봐드리며 주로 수도자들이 운영하는 고아원, 양로원 및 환자수용 시설들을 정기적으로 도와드리고 있다. 꽃동네를 비롯하여 부랑자를 돌보는 곳도 찾아다니고 병환으로 오랫동안 물적, 심적으로 시달리는 분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우리 활동회원들과 뜻을 같이하는 많은 명예회원들에게 새삼 감사드리고자 한다.

고린토후서에 “지금 여러분이 넉넉하게 살면서 궁핍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면 그들이 넉넉하게 살게 될 때에는 또한 여러분의 궁핍을 덜어줄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공평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라고 하였다.

지금 더 가진 분들은 다른 사람의 몫을 더 가진 것 뿐 이기에 절대로 자기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본당차원에서는 사순시기에 모은 헌금으로 본회활동비를 도와주시는 주임사제께 지면을 빌어 감사드리며 유용하게 쓰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동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거의 매주 팔다 남은 빵을 모아주기에 주로 시설 특히 아이들을 위해 새벽같이 우유를 곁들여 갖다주고 있다. 지금까지 1년여 한결같이 봉사해주신 「라비듀스 제과점」에 고마운 뜻을 전하며 30-40㎞ 떨어진 먼 곳까지 날라주시는 우리 활동회원들의 노고에 치하드리고 싶다. 출근에 앞서 먼길에 한두번 아니고 꾸준히 봉사한다는 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편 시골자매본당교우들이 재배한 참깨를 구해다가 우리가 직접 나서서 참기름을 짜가지고 본당교우들에게 판 이익금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데 보태쓰고 있다. 사업이 잘 되었다하여 혹은 중병으로부터 회복되었기로 우리회에 거금의 특별후원회비를 내주신 형제자매님들의 깊은 뜻을 헤아려 당신들이 가진 따뜻한 마음을 우리를 통해 병들고 가난한 이웃에게 전달되도록 하고있는 것이다. 명예회원들의 뜻이 모여져서 수혜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음을 그들에게 분명히 밝힐 것이다.

우리회에서는 지금까지 매월1회 명예회원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회원의 본명축일에는 작은 성의지만 축하카드를 보내드리고 있으며 매분기 활동보고 및 결산보고서를 작성하여 알려드리고 있다.

재 설립 1년을 맞는 금년 4월 우리들의 활동보고와 아울러 그간의 느낌들을 모아 작은 책자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교황바오로2세의 말씀처럼 그리스도를 세상에 증거하려면 자신부터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변화되어야한다. 즉 성숙한 협조자가 되려면 먼저 자신부터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그리고 영성적으로 성숙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우리의 활동은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는 직접봉사인 동시에 상대방의 자립심과 자활의지를 길러주고 인간의 존엄을 높여주도록 애써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들의 처한 문제해결책이 세상에 없는것이라 단정하고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도록 해야한다고 믿는다.

마태오 복음서는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 자신을 숨겨라. 그러면 숨은 일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라고 하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감사하고 늘 만족하며 항상 기도하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소박하고 가진 것 없어도 넉넉한 마음을 나눌 줄 아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사랑이라는 교리로 이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