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진실’추적하는 국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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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건사 감정과 규명업무 담당-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손에 땀을 쥐며 셜록 홈즈나 에크률 포 와로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읽어보았을 것이다. 주인공들이 범죄 상황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고선 예상치 못했던 범인을 잡아낼 때 느꼈던 짜릿함과 놀라움도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과학수사의 총 본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있다. 일반인들조차 ‘국과수’라는 약어를 들으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정식명칭을 쉽게 떠올릴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국과수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국과수의 전신은 1909년 법무국 행형과에 설치된 지문계. 그 후 일제 시대인 1931년 경기도 경찰국 형사과에 두번째 지문계가 만들어졌고 1935년에는 법의 이화학실과 형사사진실이 신설되어 변사체에 대한 법의학적인 해부 감정과 독극물에 대한 이화학적인 감정을 실시하는 동시에 범죄현장과 사체에 대한 사진작성까지로 업무를 확대했다. 1946년 두 지문계를 통합해 경무부 수사국에 감식과를 설치했고 법 의 이화학실과 형사사진실은 법의학실험소로 합쳐졌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경무부 감식과와 법의학실험소를 통합해 내무부 치안국에 감식과를 설치했다. 1955년에 대통령령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제정해 지문감식업무는 치안국 감식과에 그대로 두고, 법의 및 이화학적인 감식사무를 국과수에서 관장하게 되었다. 현재 본소는 청운동과 의주 청사를 거쳐 지난 1986년부터 양천구 신월동에 자리잡고 있으며 93년부터 남부, 서부, 중부 분소를 차례로 개소했다. 3개 분소를 포함한 전체 인원은 257명. 그중 실제로 감정을 하는 인원은 190명으로 석사 이상이 대부분이며 박사도 42명이나 된 다. 명칭은 ‘연구소’지만 실제로는 전체 업무의 90% 이상이 감정업무. 미국과는 달리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사건이 일어나면 현장에 경찰관이 출동해 담배꽁초나 시체, 머리카락, 혈흔 등의 증거물을 채집해 국과수 각 과에 의뢰하면 이를 감정해 결과를 통보하다. 즉, 사망 사건이 있을 때 ‘왜’ 죽었는지(사인)를 규명하는 것은 국과수이고 이를 이용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등 ‘어떻게’ 죽었는지(사망의 종류)를 밝혀내는 것은 검찰인 셈이다. 모든 변사에 대해 부검을 하는 이유는 국가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국민의 죽음을 감시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뇌출혈로 죽었는데 외상이 없는 경우에는 자연사로 보기 쉽지만 어깨를 심하게 흔들 경우 뇌출혈이 일어날 수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고문에 의한 타살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부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국과수가 할 일이다. 현재는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총무과와 법의학부(법의학과·생 물학과·범죄심리과·문서사진과), 법과학부(약독물과·마약분석과· 화학분석과·물리분석과·교통공학과)로 정비되어 있다. 법의학과에서는 우선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혀내고 병리적 검사나 치아, 유골 등을 조사한다. 총 27명으로 이뤄져 국과수 중 가장 큰 과이며 그중 12명이 의사다. 대부분이 병리학 전공의. 생물학과는 모발, 분비물, 혈흔, 혈액 등을 DNA 분석 기법 등을 통해 사체가 누구인지를 식별해준다. 범죄심리과는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서 증언의 진실과 거짓 여부를 밝혀내거나 최면을 통해 목격자들이 범인의 얼굴이나 차량번호를 잘 기억해내도록 한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범죄 분석표(criminal profiling)를 만들어 범죄자들의 유형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뒤 축적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것으로 유형화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자료가 모아지면 실제로 사용할 예정이다. 문서 사진과는 원래 사진을 찍는 것이 하나의 전문기술이었던 시절에 생겨난 것으로 지금은 뿌옇게 찍혀진 CCTV의 화면을 선명하게 만드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체의 위에서 나온 독물부터 부정벌꿀, 가짜 녹용, 유해 음식 등까지 판별하는 약독물과는 국과수에서 가장 여성 인력이 많은 곳. 대부분이 약사다. 마약분석과는 각종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 환각물질 등 날이 갈수록 다양화하는 마약범죄에 대한 분석을 다룬다. 특히 경찰서에서 일차적으로 걸러지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모든 마약 사건이 국과수로 온다. 부정 휘발유나 오염토양, 폐수, 혹은 음주운전 여부를 판별해주는 혈중 알코올 농도 등의 감정은 화학분석과의 담당 업무다. 물리분석과에서는 열쇠를 자를 때 이용한 것이 쇠톱인지 ‘벤찌’인지, 이 탄환이 어떤 종류의 총에 사용되는 것인지, 혹은 유괴 사건 등에서 범인의 전화 목소리와 용의자의 목소리가 같은지, 화재 사건 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등을 분석한다. 교통공학과에서는 운전자가 뒤바뀌지는 않았는지, 중앙선을 넘어온 차는 어떤 차량인지 등을 컴퓨터로 재구성하기도 하고 아직도 풀지 못한 차량의 급발진 문제에 대한 역학적인 연구도 한다. 각종 범죄 사건의 증감과 궤를 같이하면서 최근 증가한 업무는 부검과 DNA 분석, 그리고 마약 관련 업무다. 부검은 지난해만 3,832건으 로 21.7%가 증가한 수치다. 이는 작년에 중부 분소가 새로 생겨 그 동안 지방에서는 일반 의사가 했던 부검을 국과수에서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의료사고나 교통사고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의료사고와 관련된 부검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인권이 신장되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동안에는 의사의 진료를 그대로 믿었지만 점차 의료행위를 하나의 서비스로 보면서 일반인들이 이에 대한 의문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다. 지난 1992년부터 시작된 DNA 검사는 지금까지 총 2만7천8백여 건이 이루어졌으며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작년에만 7,492건 이 분석되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되는 것은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DB). 영국에서는 국과수에 해당하는 기관들의 반경 2km 내의 모든 사람에 대한 유전자 DB를 만들 정도다. 심지어는 이를 위해 외국으로 떠난 사람까지 직접 찾아 유전자를 채취한다. 미국에서는 범죄자, 특히 성 범죄자를 중심으로 유전자 DB가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인권침해 논란 때문에 DB화 작업은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유명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유전자 검사가 미흡해 일본에 분석을 의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지난 괌에서의 비행기 추락 사건 때 미국이 국과수의 방법을 따랐을 정도로 발전했다. 마약 관련 검사도 지난 98년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만도 2만1천2백여 건을 분석했다. 국과수측이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부족과 함께 인력과 재정 문제다. 부검도 많이 늘기는 했지만 전체 인구의 0.1∼ 0.2%라는 세계 평균에 비교해보면 10분의 1 수준이다. 부검을 비롯 한 여러 감정들이 결국 인권옹호를 위한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교문화의 영향 때문에 시신에 손을 대는 것을 거부한다. 반면 미국은 부모가 이유 없이 사망했을 경우 혹시 유전적인 결함 때문에 자신도 그런 일을 당할까봐 부모를 부검해달라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또 도심의 지하실에 부검실이 들어서도 아무도 이를 꺼려하지 않는다. 일본에도 전국에 55개소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산의 도심근처에 위치한 남부 분소의 경우, 주민들의 반대로 부검실을 결국 설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외진 곳에 만든 전라도의 서부 분소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증거물 운반에 어려움이 있고 직원들의 출퇴근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증거물을 국과수로 옮기기 힘든 지방에는 어쩔 수 없이 미궁 속에 묻혀버린 억울한 죽음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별로 관계가 없는 행정자치부 소속이지만 지휘감독은 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받기 때문에 인력과 재정 면에서 어려움이 많아도 이를 챙겨주는 곳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1994년부터 공중보건의들이 부검의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이들 중 많은 인원이 일을 통해 사명감을 갖고 이곳에 남게 된 것. 현재 5명의 공중보건의 출신 법의관이 인권의 보루라는 사명감을 갖고 근무 중이다. 뉴스메이커 2001년 3월호 이채린기자 cheris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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