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법의관 역할과 항공사고 처리 경험


법의관 박 희 영

뜻하지 않게 괌에서 불의의 항공기 사고로 많은 인명이 피해를 입은 현장을 목격한 한 사람으로서 사고 수습과정에서 미국이나 한국 측에서의 여러가지 불협화음이 발생되어 제가 만일 현직에 있었더라면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을텐데, 측면에서의 지원은 한계가 있어 아쉬움이 퍽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법의관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관계로 법의관이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는 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현재 의과대학에서 법의학에 관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지만 내가 다녔던 1947년경에는 해부병리학을 배우면서 변사체에 대한 사인규명 등 간단하게 들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법의학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차에 해부병리와 법의 훈련과정을 미국에서 받았고 수련받은 후에 미국의 여러 주에서 법의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고국이 그리워서 국내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초에 괌으로 가 괌 기념병원 (Guam Memorial Hospital)의 병리과장을 하면서 괌 정부의 법의관실을 만들어 초대 수석 법의관 (Chief Medical Examiner: CME)을 1994년까지 지냈습니다. 그 사이에 필립핀 항공의 사고를 경험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괌 기념병원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있는 병원입니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미군이 사용하던 병원을 괌 정부에서 인수를 받아 운영하기로 하였지만 여러가지 재정지원 등 문제로 말미암아 가톨릭 교구에서 이를 맡아 운영키로 합의하고, 이 병원의 운영에 필요한 여러가지 지원을 전세계 가톨릭 교구에게 지원요청을 했는데 우리나라 한림대학교 의료원을 설립하신 고 윤덕선 박사께서 흔쾌히 이를 받아들여 성심병원의 의료진을 파견하여 병원운영에 보탬이 되도록 지원하여 오늘날의 병원으로 육성 발전하게 된 것을 아시는 분이 그리 많지 않을 줄 압니다. 이것이 아마도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을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로서 그 대상국이 후진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는 점은 뜻깊은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래 법의관은 영국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변사체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이 필요되는데 이에 의사들이 일일이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에 경찰 중에서 일부를 선택하여 법의학 관련 지식을 훈련시켜 특수 임무를 부여받은 데서 시작되었고, 이들을 코로나(Coroner)라고 불렀다 합니다. 코로나의 어원은 영국의 왕실에 충성을 한다는 의미로 왕실의 상징인 왕관을 의미하는 크라운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지역적으로 하루에 수십건의 변사체가 발견되어 이들의 범인을 색출하는 데 우선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구별해야 하며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감정해 내는 개인 식별도 중요한 부문입니다.


미국에서의 법의관은 그동안 의사들이 경찰의 업무에 개별적인 자문을 해오던 것을 체계적으로 법의학을 교육, 훈련받은 사람들을 양성해서 각 주마다 법의관실을 두고 주에서 일어나는 변사사건을 법의학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국에서는 군 지역마다 경찰이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 중에서 공의로 위촉하여 변사체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으며, 정부기관으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설립되어 전문적인 법의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법의관과 한국의 법의학자들과는 그 역할이 대동소이합니다만 독립성에 있어서는 크게 다른 것 같이 느껴집니다. 법의관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부병리를 전공해야 하며 거기에다 법의학이라는 특수 교육을 받아야 전문가로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법의관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서 법의관들이 주로 부검업무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보통 하루에 8건 이내의 변사체를 부검해야 한다 하니 그들의 업무가 얼마나 과중한지 알 수 있습니다. 부검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감정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격무에 시달려서 그 외의 다른 업무에는 눈돌릴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법의학이란 사망의 종류 즉, 자살, 타살, 사고사인지 아니면 자연사인지를 규명하는 학문인 것입니다. 현재 선진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는 총 500 명 정도의 법의학자가 활동중이나, 사고 건수에 비해 법의학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대체로 인체는 익사 2주 후면 여름에는 뼈만 남으며, 불에 타는 경우는 그 정도에 따라 시신의 보존상태가 달라집니다. 부패 사체인 경우 그 신원 파악이 가장 큰 관건입니다.

이번 KAL 801 괌 사고시, 미국 본토에서 법의학 의사 5명, 치과의사 4명, 인류학자 3명 등이 시신 확인에 참여하였습니다. 시신 인양후 각 시신에 번호를 매긴 뒤 괌 현지 병원의 냉동 콘테이너에 보관하고, 번호별로 시신 확인을 시작했습니다.

사체를 정확히 묘사한 후, 부착된 악세사리나 의복을 제거한 다음 따로 보관했습니다. 그 후 신원 확인을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FAA파견자가 각 시신의 지문을 채취하였고, 불에 타지 않았거나 심하게 손상되지 않은 경우는 감별이 용이하다 합니다.

또한 X-Ray 촬영후 골절여부 및 골절시기 등을 알 수 있고, 척추골이나 흉골 등으로 감별이 가능하다 합니다. 특히 인종에 따라 특징적인 양상이 있는데, CAUCA SIAN인 경우는 코와 턱 뼈의 각도, 얼굴모양 등이 다른 인종과 특히 구별됩니다.

치아 또한 신원확인에 가장 주요한 검사물 중의 하나인데, 치아로 나이 구별이 가능합니다.

남녀 구별은, 심하게 시신이 손상되지 않았을 경우, 남자에는 전립선이 보존되어 있고, 여자의 경우는 자궁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골반 또한 성 구별의 요소가 되는데, 여자 골반의 경우는 가로 모양으로 뼈가 발달되었고, 남자의 경우는 너비는 협소하고 세로형의 긴 모양입니다. 신장 측정은 대체로 흉골 위에서 미추까지의 3배 길이로 하며, 그외 손상 정도에 따라 감별될 수 있는 인자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살펴보면, 완전히 타지 않을 경우 문신, 점, 큰 수술 상처로 확인이 가능하며, 혈액형 및 시신의 백혈구 등으로도 가능합니다. 백혈구에는 핵이 있으므로 감별이 되나, 적혈구에는 핵이 없으므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DNA(유전자) 감식법이 있습니다. 완전히 썩지 않았을 경우 거의 확인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괌 사고시에는 9시간 동안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고, 화재로 인해 시신이 많이 탔으므로 확인이 불가능한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치아 부위의 세포가 가장 늦게 파괴되며, 모의 혈액을 채취하면 DNA 확인이 더 정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검사 방법은 정확도가 우수하지만, 장시간의 검사기간이 소요되며, 시신이 아주 많이 손상돤 경우에는 세포 파괴가 심하므로 감별이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