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1

2

3

4

5

6

7

8

9

10

무죄(2001)

 

 

 

사건분석 기사

 

 

99/2/8

 

이도행 그는 범인인가 - 최대의 쟁점은 사망시각...

한겨레 21

 

 

 

쟁점-1. 양측성 시반은 무엇을 말하나

 

 

 

 

쟁점-2. 왜 재시강이 일어나지 않았나

 

 

 

 

쟁점-3. 마지막 식사는 아침인가 저녁인가?

 

 

 

 

쟁점-4. 방화시간과 이유는?

 

 

 

 

쟁점-5. 전자레인지의 한약

 

 

 

 

쟁점-6. 콘텍트 렌즈

 

 

 

 

쟁점-7. 범행 동기

 

 

 

 

 

 

 

 

이도행 그는 범인인가-최대의 쟁점은 사망시각 [99/2/8  한겨레 21]

 

 

엇갈리는 쟁점 7가지

 

 

‘치과의사모녀 피살사건"의 최대 쟁점은 법의학적으로 추정한 사망시각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남편 이도행씨가 사건 당일 오전 7시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게 목격됐기 때문에 그뒤 집안 목욕탕에서 발견된 부인 최 아무개씨와 딸의 사망 추정시각이 이보다 앞서느냐 뒤서느냐에 따라 그의 유·무죄가 확연히 갈라진다.

 

 

 

◇쟁점-1.양측성 시반은 무엇을 말하나

 

 

욕조에서 엎드린 상태로 발견된 주검의 상태를 오전 11 시 30 분 자세히 살폈을 때 몸 앞면에 시반(屍斑·숨진 뒤 피가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피부에 생기는 멍 같은 흔적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주검을 바로 눕혀 보관했다가 이튿날 부검을 실시할 때는 시반이 등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문제는 유독 오른쪽 허벅지에 있던 시반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법의학자들은 시반이 형성된 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혈색소가 주위 조직에 침투해 붙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렇게 시신의 위치가 바뀌면서 몸 양쪽에 시반이 나타나는 것을 양측성 시반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가능하려면 사망시각은 오전 1 시 30 분∼ 5 시 30 분이 돼야 하며 예외적인 경우 전날 밤 11 시 30 분∼당일 오전 7 시 30 분으로 연장될 수 있다는 게 법의학자들의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성 시반을 인정하더라도 허벅지 이외의 부분에서 시반이 사라진 점에 비춰 사망 후 흐른 시간을 되도록 짧게 잡아야 하며, 허벅지 시반이 발견 당시 속옷이 걸쳐 있던 부분과 일치하는 만큼 고무줄에 눌린 탓에 다른 부분보다 시반이 빨리 형성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결국 시반만으로는 이씨가 집을 나선 7 시 이후에 숨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법의학 전문가의 의견인 양측성 시반에 의문을 가진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쟁점-2. 왜 재시강이 일어나지 않았나

 

 

두번째 쟁점은 숨진 뒤 시체가 굳는 현상(시강·屍彊)으로 본 사망시각이다. 주검은 오전 11시 30분 전신이 경직돼 있었다. 이런 상태가 되기까지 추정되는 시간은 통상 2∼13시간. 사망시각이 전날 밤 10시30분∼오전 9시30분 사이라는 얘기다.

또 한가지, 시신을 살피기 위해 경직된 상태를 인위적으로 풀었는데 이튿날 부검 때까지 다시 굳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의학자들은 숨진 뒤 7∼8시간 이전에 인위적으로 경직을 풀면 재경직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만약 최씨 시신에 재경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망 추정시각이 오전 4시30분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추정치는 시신이 뜨거운 물에 잠겨 있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의학자들이 시강에 미치는 온도의 영향 정도를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하자 일본 법의학서에 근거한 변호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뜨거운 물 속에서는 시체가 굳는 데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인위적으로 경직 상태를 풀었을 때 재경직이 일어나지 않는 한계시점도 7∼8시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쟁점-3.마지막 식사는 아침인가 저녁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 결과 위 속에 남아 있는 음식물이 1.5∼4시간 동안 소화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서는 마지막 식사가 저녁이었는지 아침이었는지가 쟁점이다. 숨진 최씨가 평소처럼 7시께 일어나 아침식사를 했다면 이씨는 혐의를 벗을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날 이씨의 장모가 시금치와 당근을 넣은 죽을 끓여 보냈고 최씨가 그날 저녁 9시께 죽을 먹은 사실까지 확인됐으나, 막상 부검에서는 당근 성분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당근보다 무른 밥알이 발견된 데 반해 당근이 발견되지 않은 게 이상했기 때문이다.

또 이씨가 저녁과 아침에 먹었다고 각각 진술한 미역국과 콩나물국 가운데 미역국 성분만 검출된 점에 대해서는, 먼저 식사를 끝내고 출근하는 이씨 혼자만 콩나물국을 먹었거나, 그가 국의 내용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부검으로 음식물 성분이 확인된다는 지식을 가진 외과의사로서 이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을 리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편 대법원은 손녀를 먹이기 위해 당근을 잘게 다진 뒤 끓인 것이어서 당근이 소화돼 녹아 없어졌고 최씨는 평소 아침을 먹지 않았다는 최씨 어머니의 진술을 중시했다.

 

 

 

◇쟁점-4. 방화 시간과 이유는?

 

 

범행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또 다른 정황증거는 범인이 안방 장롱에 불을 지른 시점이다. 검찰은 미국 보험협회가 개발한 화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사건 현장의 상황을 입력해 실험한 결과 화재발생 시각을 오전 6시40분∼7시10분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입력된 자료의 객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화재를 처음 발견한 경비원에게 열을 가한 합판을 만져보게 해 발견 당시 안방문의 온도를 감각적으로 추정하는 식이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뚜렷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불을 지른 사실 자체도 하나의 정황증거가 됐다. 검찰은 이씨가 안방문을 닫아 불이 천천히 타들어가도록 했다며 이는 범행 현장이 자신의 출근시간보다 가능한 한 늦게 발견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풀이했다.

반면 변호인쪽은 이씨가 범인이라면 방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평소 최씨가 오전 9시 딸을 친정집에 데려다주고 병원에 출근하기 때문에 방화를 않더라도 그 시간이면 자연히 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확인될 텐데 그 이전에 발견될지도 모르는 불을 놓았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쟁점-5. 전자레인지의 한약

 

 

항소심 재판부는 아침 저녁으로 식사 후 한약을 데워 복용했다는 최씨 어머니의 진술에 따라 전자레인지에서 한약봉지가 발견된 사실을 이씨에게 유리한 정황증거로 여겼다.

반면 대법원은 피해자가 평소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쟁점3)는 결론을 전제로 아침에 식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약을 먹는 것은 이례적이며 오히려 전날 저녁 먹으려다 미처 먹지 못한 상태에서 숨진 것이라고 보았다.  

 

 

 

◇쟁점-6. 콘택트 렌즈

 

 

 최씨가 화장은 하지 않고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로 숨져 있었다는 점은 항소심 재판부나 대법원 모두 이씨에게 유리한 증거로 여기고 있다. 최씨 어머니는 최씨가 평소 잠자기 전 렌즈를 뺀 뒤 화장을 지웠으며 아침에는 세수를 하고 렌즈를 낀 뒤 화장을 했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아침에는 숨질 때와 같은 상태가 될 수 있지만 저녁에는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없게 된다. 다만 대법원은 렌즈 빼는 순서에 대한 최씨 어머니의 진술이 한차례 엇갈렸다는 점을 들어 무죄의 증거는 될 수 없다고 했다.

 

 

 

◇쟁점-7. 범행동기

 

 

범행동기와 관련해 검찰은 숨진 최씨가 사건이 있기 2년 전 ㅈ씨와 불륜관계를 맺은 사실을 이씨가 알았고 사건 당일 개업을 앞둔 병원에 이씨의 누나가 취업하는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며 고민했다거나 최씨가 이를 눈치채고 주위 사람들에게 상의를 했다는 등 간접적인 정황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범행직전 이씨 누나의 취업문제로 다퉜을 것이라는 검찰 주장을 배척하면서 방음장치가 부실한 이씨 아파트에서 다투는 소리를 들은 이웃이 전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