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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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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0/31

 

[시사메거진2580] 10/31 (264회) 추정과 진실사이

MBC-TV

 

 

 

 

 

 

 

 

 

 

[시사메거진2580] 10/31 (264회) 추정과 진실사이

 

 

 

 

[기획: 송재종, 취재데스크: 정관웅]

 

 

 

⊙ 김형철 기자 : 살인사건에 있어서 사망추정 시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범행이 이루어진 순간을 잡아냄으로써 용의자를 압축해나가는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또, 주변 환경에 따라 몇 시간씩 차이가 나는데다 비전문적인 초동감식으로 인해 중요한 열쇠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사건이 사형과 무죄로 판결이 엇갈리는가 하면 진범이 뒤바뀌기고 합니다.  

 

 

영상취재 전광선 / 영상편집 김억동 / AD 차지용

 

 

⊙ 뉴스데스크 1996. 2. 23 :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에서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에게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 뉴스데스크 1996. 6. 26 : 남편 이도행 피고인에게 오늘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지난 95년 6월 12일 아침, 서울 불광동 한 아파트에서 모녀 피살체가 발견됐습니다. 피살자는 치과의사인 최모씨와 한 살 난 딸이었습니다. 두 구의 사체는 목욕탕 욕조의 물속에 잠겨있었고 안방 장롱은 불에 타다 꺼진 채 였습니다. 경찰은 외부로부터 침입한 흔적이 없는 점으로 보아 면식범의 범행으로 수사를 좁혀갔습니다. 석달간의 수사 끝에 경찰은 외과의사인 남편 이도행 씨를 범인으로 구속했습니다. 우선 숨진 최씨의 남자관계와 시댁간의 불화 등 남편 이씨에게 충분한 범행 동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사체를 뜨거운 물속에 넣어 사망시각 추정에 혼란을 주고 뒤늦게 연기가 발견되도록 지연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보아 고도의 의학적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자의 범행이라는 점 등이 중시됐습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두 모녀가 사망한 시각이 이씨가 출근한 아침 7시 이전으로 추정된다는 감정결과였습니다. 1심 판결은 사형, 그러나 2심이 진행되면서 상황은 반전합니다. 변호인측은 가장 기초적인 사체의 체온 측정도 하지않는 등 수사의 허점을 짚어내며 이씨가 범인이 아닐 수 있는 정황증거를 들고 나섰습니다.

 

 

 

⊙ 김형태 (이도행씨 변호사) : 증거들을 14가지 정도 쟁점이 됐는데 저희가 그걸 전부 다 하나 하나 쫓아다니면서 다 반박을 했습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반박을 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변호인측은 무엇보다 검찰측이 피해자의 사망시각을 추정하면서 사체가 잠겨있던 물의 온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물속에서는 사체의 상태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망시각이 이씨가 출근한 7시 이후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입니다. 2심 판결은 무죄,

 

 

 

- 지금 이 순간에 검찰, 경찰 믿지 못해요.  정말로 정의가 있다고 그러면 당신들도 마찬가지예요, 당신들도 범인 잡도록 협조를 해야 될거예요.

 

 

 

사망시각 추정과 관련한 각종 증거들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며 명백한 증거가 없는 만큼 피고인을 진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강훈 (변호사, 당시 2심 판사) :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맞다고 하면은 내 머리속에 종합 돼가지고 범죄 스토리가 연상이 돼야 되는데 그게 전혀 안맞아요, 연상이 안되고, 이쪽 증거로 하면 이쪽 스토리가 나오고 저쪽 증거로 하면 저쪽 스토리가 나오고 이렇다 말이죠.

 

 

그러나 2년 4개월 뒤인 지난해 말, 대법원이 사건을 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면서 재판은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사형인가 무죄인가? 이도행 씨를 삶과 죽음사이로 오가게 하고 있는 이 재판의 최대 쟁점은 피해자의 사망시각입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시각이 이씨가 출근한 7시 이전이라면 범인은 이씨일 수밖에 없고 7시 이후라면 이씨는 범인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먼저 검찰측은 국내 법의학자 3명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사체를 눕혀놓으면 혈액이 아래로 쏠리면서 피부에 반점이 생겼다가 돌려놓으면 반대편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통상 사망한지 4시간에서 10시간이 지난 뒷면 돌려놓아도 원래의 반점은 그래도 있다. 이를 법의학 용어로 양측성 시반이라고 하는데 숨진 최씨의 시신에서 이 양측성 시반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최씨의 사망시각은 사건당일 검안시각인 11시 30분에서 역산하면 7시 이후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사체는 사망후 7시간 내지 8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굳어지는데 이를 법의학 용어로 시강이라고 한다. 그런데 검안시 최씨의 사체는 전신이 굳어있었기 때문에 사망시각은 새벽 3시 반에서 4시 반 사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외국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검찰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시강과 시반 등 사체의 변화는 주변 온도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사체가 굳는 현상은 온도가 높을수록 빨리 일어난다. 검찰측 감정은 20도C를 가정한 것이지만 숨진 최씨는 43도 내지 37도의 더운 물속에 잠겨있었다. 따라서 7시 이후에 사망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입니다.

 

 

⊙ 토마스 크롬페쳐 (스위스 로잔느 대학 법의학 교수) : 그녀가 7시 이후에 사망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시말해서 누군가가 이 피해자가 7시 이전에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  

 

 

 

또, 검찰측으로부터 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 3명 가운데 한 명 만이 그것도 발견 23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사체를 접했고, 나머지 2명은 사진과 비디오만을 보고 감정한 결과가 과연 정확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92년말 신림동 카페 여종업원 살인사건, 당시 파출소에 근무하던 김모 순경은 새벽 3시쯤 술집 종업원 이모양과 함께 여관에 투숙했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했다 10시쯤 되돌아온 김 순경은 이양이 목이 졸려 숨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추정한 이양의 사망시각은 김 순경과 같이 있었던 새벽 3시 반에서 5시 반, 경찰의 고문과 회유로 허위 자백까지 한 김 순경은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려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대법원 상고심 진행중에 우연히 진범이 잡혀 석방되긴 했지만 김 순경은 1년이 넘도록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이양의 사망시각은 초동감식이 허술했을 뿐아니라 김 순경을 범인으로 몰아가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의 결과였음이 밝혀졌습니다.

 

 

 

⊙ 김○○ (김순경 누나) : 동생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나서는 의사에게 보고한 내용이 각각 달랐다. 동생이 있는 사망 시간대로 끌고 가기 위해서 내용이 다 달랐다. 동생 수사는 너무 엉망이었다. 한마디로 수사가 엉망이었다. 성의없고 수사엉망, 짜맞추기 수사하는데 급급했고 동생을 (범인으로)몰고 가는데 바빴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드러난 수사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강력검사들 대상의 교재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살인사건 발생시 초동수사부터 법의학 전문가가 투입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경찰수사 자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김종렬 (한국 법의학회장) : 증거를 채취하는 것 자체가 학문입니다. 그런데 그거를 갖다가 소위 전문성이 없는 방법으로 초동수사를 한 걸 가지고 마치 퀴즈 푸는 것 같애요. 다 보면 뻔한 것 조차도 어떤 일부분을 가지고 또는 어떤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거를 가지고 일을 한다면은 그거 퀴즈 푸는 거 같은데 그렇게 어렵게 일을 하면은 좋은 판단이 나오지 않죠.

 

 

 

예비 사형수에서 자유의 몸으로 풀려났던 이도행 씨, 이제 또다시 법정에 서 있습니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사형을 언도했던 1심이나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 모두 판결의 고뇌를 토로했었습니다.  진실은 어쩌면 신만이 아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또 한사람의 귀중한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